[이지영의 이 공연은 왜]‘카리스마’ 배우 박정자가 사랑에 빠진 연극 ‘해롤드&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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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배우 박정자의 웃음 소리가 수줍게 퍼졌다. 10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해롤드&모드’ 제작발표회. 무대 위에서 한치 빈틈을 보이지 않는 그가 중언부언 같은 말을 반복했다. “행복하다”“황홀하다”“나는 행운녀다” 등의 대답이 연거푸 이어졌다. 상대배우 강하늘을 언급할 때마다 그의 표정은 정말 행복하고 황홀해 보였다.

내년 1월 9일∼2월 2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해롤드&모드’는 1990년생 배우 강하늘과 42년생 배우 박정자가 남녀 주인공 해롤드와 모드 역을 맡은 작품이다. 열여덟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한 19세 소년 ‘해롤드’가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 사.랑.에.빠.진.다.

“키스신이 있어요. 그런데 강하늘한테 너무 팬이 많이 생겨서 인터넷에 악플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하지만 너무 스릴 있어요.” 제작사가 미리 배포한 자료에는 없었던 ‘키스신’이야기를 배우 박정자가 먼저 했다. “키스신 할 때 긴장이 돼죠. 숨도 안 쉬려고 숨을 죽여요. 참 황홀해요.” 그의 ‘스포일러’ 발언은 계속됐다. “80회 생일날 모드는 죽어요. 내가 죽을 때 해롤드가 펑펑 울죠. 그 순간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이 내 죽음을 슬퍼해주니까요. 하늘아, 너도 콧물 흘려야 돼.” 그는 이미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할머니 ‘모드’에 완전 빙의된 듯했다. 강하늘이 예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대배우의 연기일지, 여배우의 진심일지, 도무지 알아챌 수 없었다.

한편 대선배를 대하는 강하늘의 태도는 시종일관 조심스러웠다. “박정자 선생님이 하신다는 소리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선생님한테 배울 점이 끝도 없다”“선생님이 저한테 맞춰주시는 것 같아 편하다” 등이 제작발표회에서 그가 들려준 말이다. 하지만 “‘모드’라는 할머니는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배우 박정자에게서 얼마나 ‘선생님’을 걷어내고 무대에 설 수 있을지, ‘해롤드&모드’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연극 ‘해롤드&모드’=2015년 1월 9일∼2월 2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양정웅 연출, 박정자ㆍ강하늘ㆍ홍원기ㆍ우현주ㆍ김대진ㆍ이화정 출연, 3만∼6만원, 02-6925-5600.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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