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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봉, 휴지에 남긴 피 한방울로 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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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두루마리 휴지에 떨어진 피 한방울, 그리고 욕실 수도꼭지에 묻은 1㎜ 크기 살점.’ 이 두 가지가 경기도 수원시 팔달산 ‘장기 없는 시신 몸통’ 사건 피의자를 붙잡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경기경찰청은 15일 사건 피의자 박춘봉(56)을 붙잡은 과정과 그간 알아낸 박춘봉의 행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내연녀 김모(48)씨가 살해된 것은 지난달 26일 오후 2시30분에서 오후 4시 사이다. 수원시 매교동 박춘봉의 집 인근 CCTV에 오후 2시30분쯤 박춘봉과 김씨가 함께 집쪽으로 걸어간 뒤 오후 4시쯤 박춘봉 혼자 나오는 모습이 기록됐다.

 경찰은 또 부동산 중개업소를 조사해 박춘봉이 직후인 오후 6시쯤 매교동 집에서 250m 떨어진 교동의 월세방을 계약한 사실을 알아냈다. 박춘봉은 경찰에서 “11월 26일에서 이 달 3일까지 매교동 집에서 1차, 월세방에서 2차로 시신을 훼손했다”며 “집에 있던 흉기로 혼자 조금씩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월세방에서는 세척제와 방향제가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을 훼손한 흔적과 냄새를 지우는 데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춘봉은 월세 계약을 하고도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긴 셋방 주인의 신고로 검거됐다. 월세방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요원들은 두루마리 휴지의 핏방울과 욕실 수도꼭지에 묻어 있던 작은 살점을 발견했다. DNA 분석 결과 핏방울과 살점은 김씨의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경찰은 박춘봉을 추적 검거해 자백을 받아냈다.

수원=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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