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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녀 엄마 경단녀, 1일 광주시장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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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5일 광주U대회 조직위에서 ‘1일 시민시장’인 양서진(앞줄 오른쪽)씨가 윤장현 광주시장과 함께 대회 준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밖에서 보면 시장은 늘 멀게만 느껴지고 시청 공무원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높은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주세요.”

 1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3층 중회의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확대간부회의가 끝날 무렵 양서진(38·여)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50여 명의 실·국장들이 부서별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마친 뒤였다. 이날 양씨의 공식 직함은 ‘1일 시민시장’. 양씨가 회의를 지켜본 소감을 밝히자 곁에 앉아 있던 윤장현 광주시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해나갔다.

 ‘1일 시민시장’은 지난 7월 취임한 윤 시장이 30여 년의 시민운동 경력을 살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시정을 펼치겠다”며 내놓은 시민과의 소통 아이디어 중 하나다. 첫 시민시장으로 뽑힌 양씨는 이날 150만 광주광역시민의 대표로서 온종일 윤 시장과 동행하며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시민시장의 일정은 오전 8시 시청 집무실에 출근해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김재철 참여혁신단장에게 지식·재능·재산 등을 함께 나눠쓰는 공유촉진위원회 구성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류에 결제 사인을 했다. 8시30분부터 1시간반가량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양씨는 곧바로 동구 호남동 광주U대회 조직위원회로 이동했다. 대회 준비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서였다.

 양씨는 100여 명의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 앞에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년 7월이면 전세계 170여개 국 청년과 대학생들이 찾아와 우리 빛고을이 열정과 패기로 가득찰 것입니다. 이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합시다.”

 오후에는 광주김치타운에서 열린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여했다. 녹색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다문화가정과 복지시설에 전달할 1000여 포기의 김장김치를 담궜다. 이동할 때는 윤 시장의 출퇴근 차량인 소형 전기차 소울을 함께 타고 가며 경력 단절 여성의 애환과 요양병원 등 복지행정의 허실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광주시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시장에 대해 신청을 받았다. 초등학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41명이 지원했다. 양씨는 신청 사연과 성별·연령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양씨는 네 자녀를 둔 다둥이 엄마로 최근 다시 취업한 경력 단절 여성이다. 물리치료사로 활동하다가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10여 년을 쉰 뒤 얼마 전부터 다시 회사에 나가고 있다.

 양씨는 “가족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큰 딸이 적극 권유해 응모했는데 뜻하지 않게 뽑혀 좋은 경험을 하게 됐다”며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공무원들이 시정을 세심히 챙기는 모습에서 살림꾼 주부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시장은 “ 공무원들도 시민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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