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누설죄 적용 까다로워 … 국익 훼손 입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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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윤회 동향 문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기밀누설)를 받고 있는 최모·한모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1일 기각됐다. 기각 이유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엄상필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사한 내용으로는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현행 법률상 이 죄가 성립되려면 누설 내용이 ‘공무상의 비밀’에 해당해야 된다. 구체적으로는 “직무상 취득한 것이고 그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게 국익”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누설된 내용이 중요하며 누설로 인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동시에 입증돼야 해서다. ‘옷로비 의혹사건’ 당시 사직동팀 내사보고서를 유출해 구속됐던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유도 “해당 내용이 보호해야 할 가치가 적다”는 것이었다. 가짜 석유 단속 경찰관의 차량 정보를 알아내 업자들에게 알려 준 공무원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차량 정보가 재산의 소유자에 관한 정보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기업인에게 수사 진행사항을 알려 줬다가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경우 “자료를 없애거나 허위진술을 준비해 수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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