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비서관 박관천 경정 의심" '양천' 미묘한 균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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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과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일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로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줄곧 자신과 박 경정은 문건 유출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 10일 본지 통화에서도 “문건을 박 경정이 빼돌렸다면 그 짓거리(문건 유출자 색출작업)를 할 수 있었겠느냐. 나는 박 경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일 한겨레신문과의 통화에선 “(만약 박 경정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 문서를 맡겨 놓았는데 이게 유출된 것이라면) 나는 완전히 속은 것”이라며 “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하는) 검찰 수사가 맞다면 박 경정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렇게 (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양천’으로 불리며 청와대 근무 때 식사도 거의 매일 함께할 정도로 가까웠지만 이번 파문이 지속되면서 둘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에게서 문건 128쪽을 받아 청와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 오모 행정관은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하던 지난 4일 주변에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을 의심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은 12일 본지 기자가 “박 경정이 문건을 유출했다고 의심하느냐”고 묻자 “나도 그 부분은 미스터리”라고 답했다. 이어 “자기(박 경정)가 들고 나와 놓고 나중에 유출 조사하라고 난리 쳤다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 입장에선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하자 박 경정이 검찰과 ‘딜(거래)’을 해서 자신을 배후라고 진술할까 의심하고, 박 경정 입장에선 조 전 비서관이 갈수록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자 자신의 죄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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