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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에 쫓긴 아이들 구하려 … 왼팔 내준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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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11월 충남 홍성의 한 상가 앞.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 한 무리가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내달렸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커다란 진돗개 한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미처 도망가지 못한 아이(11) 한 명이 어쩔 줄 모르며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겁먹은 아이는 그만 발을 헛디뎌 발랑 자빠졌다. 진돗개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맹수처럼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김민수(36·충남 예산·사진)씨가 재빠르게 달려들어 진돗개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김씨는 근처에 외근을 나왔다가 아이가 위기에 빠진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진돗개는 아이 대신 김씨에게 달려들어 왼쪽 팔을 가차없이 물어댔다. 김씨의 팔뚝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이빨 자국이 깊게 팰 정도로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년이 지난 지금도 팔뚝에 이빨 자국 세 개가 그대로 남았다(왼쪽 사진)”면서도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했다.

 김씨는 11일 S-OIL이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차흥봉)가 주관하는 ‘2014 올해의 시민영웅상’을 받는다. 보건복지부·경찰청·중앙일보가 후원한다. 이 상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의로운 시민들을 격려하는 상이다. 의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숨진 경우 의사자(義死者), 몸을 다친 경우 의상자(義傷者)로 선정한다. 올해 수상자 중 의사자는 없고, 의상자는 김씨가 유일하다.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해낸 김충성(34)씨, 길에서 쓰러진 할머니를 응급조치 한 뒤 119에 신고한 여고생 박지현·한수지(16·용인 백암고 2년)양 등 15명은 활동자로 선정됐다. 수상자 16명은 500만~1000만원씩 총 1억4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S-OIL 나세르 알 마하셔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위해 나서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에 존경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을 통해 의로운 행동이 존경받는 건강한 사회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S-OIL은 올해까지 7년간 120명의 시민영웅에게 9억8000만원의 상금을 전달했다.

장주영 기자

◆2014 시민영웅 수상자 ▶의상자=김민수(36) ▶활동자=김규형(27), 곽성식(46), 권순중(46), 김수용(34), 김재근(48), 김충성(34), 남궁윤(36), 박건태(31), 박지현(16·여), 엄재원(48), 유준형(52), 이대식(46), 정상은(29), 한수지(16·여), 허종도(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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