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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뒤늦은 여야 대타협 … 민생·개혁 입법에 속도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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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 대타협기구’와 자원외교 실태를 조사하는 ‘해외자원 개발 국정조사 특위’를 연내에 구성키로 합의했다. 방위산업 비리는 검찰 조사를 지켜본 뒤 국정조사 여부를 판단하고, 부동산 관련법 등 민생경제 법안도 29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키로 했다.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진전이다. 크게 보면 여야가 핵심 사안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의 일부를 주고받는 ‘빅딜’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입법권이 막중하다. 어떤 좋은 정책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여야의 정쟁과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대한민국호가 제자리걸음을 해 온 게 불편한 진실이다. 지난 9일 폐회된 정기국회도 마찬가지였다. 12년 만에 새해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한 것 외에는 전혀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국회는 세월호특별법 대치로 두 달간 공전하다 폐회 직전 벼락치기로 130여 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핵심 법안들은 그 무더기에조차 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과 부동산 3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 의료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정책에도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입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허둥지둥대는 정치권이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자초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700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미 정치권이 장기간 대치하는 바람에 초동 진압의 안타까운 시간을 낭비했다.

 여야가 특위를 만들기로 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속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수술이다. 부동산 관련법 등도 제때 입법화돼야 내수를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여야는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김영란법이나 각종 규제 개혁·공기업 개혁 법안 심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 여야의 대타협 없이 지속가능한 나라는 기대할 수 없다. 정치 공방을 접고 대담한 타협을 통해 선진화된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