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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TV 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우리나라 컬러TV값이 내렸다. 14인치 로터리형의 경우 30만9천원에서 25만9천원으로. 즐거운 이변이다. 불황이라지만 물건값이 내린 예는 거의 없었다.
물론 덤핑이 아니다. 그렇다고 성능이 바뀌거나 낮아진 것도 아니다. 바로 그 점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즐겁게 해주고 있다.
새삼 기술 혁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긴요한 일인가를 실감하게 한다.
이번에 값이 내린 한전자회사의 컬러TV는 보통 7백15개의 부품으로 조립돼 있었다. 그러나 이 수를 5백60개로 줄였다. 무려 22%의 감소다. 고성능 IC개발의 성과다. IC는 반영구부품으로 고장도 거의 없다.
여기에 로보트에 의한 생산 자동화률까지 높아져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일찌기 일본에서도 경험했던 일이다. 일본 컬러TV의 부품 수는 개발 초기의 9백개 부품에서 지금은 5백개로 줄어들었다. 원래 컬러TV의 부품은 2천5백개나 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동안의 기술 개발로 그 수가 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물가는 2배나 오른데 비해 컬러TV만은 오히려 1·5배나 내렸다. 요즘은 4만엔짜리 컬러TV까지 볼 수 있다. 바로 기술 혁신에 의한 부품 단순화의 결과다.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도 이젠 컬러TV 정도는「졸업」단계에 온 것 같다.
흔히 한나라의 기술단계를 부품수로 평가하는 학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대는1백대 부품의 산업시대였다. 60년대는 1천개, 70년대는 1만개, 80년대는 10만개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테면 조선 기술은 1만개대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헬리콥터나 비행기 제트 엔진은 10만개대. 중거리 미사일도 이 수준이다.
한 나라의 기술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기술규모 지수가 동원된다. 우선 연구비와 연구자수를 기준으로 한 「지수」. 197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미국을 「100」으로 할 때 「1·01」의 수준이었다.
또 다른 척도로는 「기술 개발력 지수」가 있다. 기술 수출액과 국외취득특허건수로 평가한 연구개발의 성과. 미국을 역시 「100」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는 70년대 전반의 수준으로 「0·47」.
서독 35·6, 일본 30, 프랑스23.4, 영국의 18·6에 비하면 우리 기술의 단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제트 엔진의 조립에도 성공한 바 있었다. 그 전투기는 작전훈련에도 참가, 기능에 손색이 없었다.
최근 산업 선진국의 기술은 컴퓨터에 집중되고 있다. 한마디로 고밀도 집적회로(LSI)의 개발은 조선호텔만한 규모의 컴퓨터를 냉장고 몇 개의 크기로 줄일 수 있게 했다.
기술 개발은 우선 품질을 좋게 한다. 값도 내릴 수 있다. 값이 내리면 수요가 는다. 수요가 늘면 그 혜택이 많은 사람에게 돌아간다. 이것은 경제 성장의 기본 공식이다. 기술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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