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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신종길 '카네이션 打'…정민태 6승 불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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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사랑합니다."

스무살의 다부진 청년도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어머니 목소리에 목이 메었다. 경기가 끝난 늦은 밤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아들에게 "밥 챙겨 먹느냐, 다친 데는 없느냐"는 평소 말씀 그대로다.

그러나 어버이날인 이날만큼은 청년에게 홀어머니의 존재는 더욱 가슴을 사무치게 했다. 평소 말주변이 없었던 자신을 탓했던 청년은 그러나 울컥거리는 가슴과 승전보의 흥분을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중학교 때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 삼형제를 홀로 키운 어머니다. 자신이 2년 전 프로팀을 선택한 것도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야구 명문 광주일고 출신으로 2001년 대통령배 광주 예선 당시 진흥고 소속의 초고교급 투수 김진우(현 기아)에게서 만루홈런을 때렸을 정도로 재질을 인정받았다. 대학팀에서 오라는 제의도 있었으나 대학을 다니는 형과 동생을 위해, 그리고 어머니를 돕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신종길(20).

롯데의 2년차 내야수다. 롯데의 간판이었던 박정태, 2001년 롯데 최고 계약금을 받았던 신명철을 모두 제치고 올해 주전 2루수를 꿰찬 '무명 신인'이다.

그러나 입단 당시 오른 손목을 심하게 다쳐 수술이 불가피했던 그에게 계약금은 억대 신인이 즐비한 현실과는 달리 5천만원에 불과했다.

타향살이를 시작하는 아들을 걱정해 모친 남순금(46)씨는 롯데 관계자의 두손을 꼭 잡고 "아들처럼 키워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입단 후에는 수술과 재활, 2군 생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군 무대에는 한번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어버이날인 8일 홀어머니를 향한 '카네이션 포'를 쏘아올린 신종길의 맹활약을 앞세워 롯데는 두산과의 더블헤더를 모두 승리, 14일 만에 최하위를 두산에 넘겨주며 7위에 올랐다. 롯데는 1차전 11-6 승리에 이어 2차전도 11-7로 이겼다.

신종길은 1차전에서 0-3으로 뒤진 1회말 무사 1루에서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종길은 4-3이던 4회말 1사 후 우월 2루타로 출루한 뒤 3루 도루를 감행, 신명철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점수차를 벌렸다.

신종길은 2차전에서도 1회말 2루타에 이어 2회말 1사 만루에서 선제 2타점 좌전 적시타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2루타 3개를 포함, 6타수 4안타.3타점. 자신의 프로생활 최고의 활약이었다.

1m82㎝.90㎏의 당당한 체격에 우투좌타인 신종길은 '날아다니는 발'이라는 백인천 롯데 감독의 표현대로 빠른 주루 플레이를 앞세워 롯데의 주목받는 '뉴 페이스'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규정 타석에는 모자라나 8일 현재 타율 0.405(42타수17안타)로 고공행진 중이다.

현대는 수원에서 에이스 정민태의 8이닝 5안타.무실점 호투와 17안타를 몰아치는 강타선의 도움으로 14-3으로 크게 이겨 단독선두에 올랐다.

정민태는 임창용(삼성)을 제치고 다승 단독선두에 올랐다. LG는 잠실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을 2-2로 비긴 뒤 2차전에서 선발 김광삼의 7이닝 5안타.1실점의 호투에 힘입어 8-1로 승리했다.

한편 현대-SK 더블헤더 1차전은 경기장 사정으로 24일로 연기됐고, 삼성-기아의 광주 더블헤더 1, 2차전은 비로 취소됐다.

김종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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