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일정 다시 안개 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4차 6자회담 재개가 안개에 휩싸였다. 급제동이 걸린 채 속개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회담 재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데다 바쁜 외교일정이 가세했다.

남.북한과 미국 등 6개국은 7일 6자회담을 휴회하면서 "'29일 시작되는 주'에 다시 만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회담 관계자들 사이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일러야 다음주"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속개회담 참여를 계속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을 방문 중인 태국 외무장관이 "6자회담이 9월 중순까지 연기됐다"고 말했다고 28일 외신이 보도했다.

◆ 북, 대미 비난 개시=북한은 오히려 미국의 대북인권특사 임명과 을지 포커스렌즈(UFL) 연습을 들어 대미 비난을 시작했다. 북한이 지난 수개월 동안 대미 발언을 상당히 다듬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비난 강도는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24일엔 "UFL 연습은 미국의 신의 없는 처사"(외무성 대변인)라고 단순 공격했다. 그러나 27일 조선중앙방송에선 "필요하면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오만한 행위는 우리 군대로 하여금 미국과의 대화에 기대를 가질 수 없게 하고 있다"고 했다. 27일자 노동신문은 미국의 대북인권특사 임명과 관련, "6자회담의 앞길에 돌개바람을 몰아오는 매우 상서롭지 못한 행동이며 미국이 계속 이따위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 "돌파구 보이지 않아"=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대북인권특사 임명은 이미 20일 이뤄진 일이고, UFL연습은 6자회담 휴회를 결정할 당시 북한이 날짜를 알고 있었다"며 "구실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회담 타결의 걸림돌이었던 '북한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해답지가 불투명해 회담 재개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북한이 요구하는 핵의) 평화 이용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관한 돌파구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으며 이것이 어느 정도 보이지 않는 한 (재개 시점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미국과 일본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열고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자'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 빡빡한 외교 일정=중국 측 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27일 평양을 찾았다. 우 부부장은 "다음달 2일 회담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회담 재개는 그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 부부장이 이번 방북 길에 북한을 얼마나 설득할지는 6자회담 재개에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우 부부장은 30일까지 평양에 머문다. 다음달 2~3일은 주말이고 5일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방미 길에 오른다. 크리스토퍼 힐 미 측 수석대표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서 워싱턴의 미.중 정상회담에 배석해야 한다. 곧이어 노무현 대통령 방미가 시작되고 중순엔 유엔총회가 열린다. 외교일정 탓에 속개회담 일정이 늘어지면 회담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관계자들은 전전긍긍한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