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은 "죽음의 하천"|횡사황새 부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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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덕=특별취재반】58년만에 모처럼 충남 갑천을 찾아왔던 황새 중 1마리가 숨졌다.
지난12일 처음으로 갑천에서 황새가 발견된 이후 현지에 내려가 갑천의 오염실태·당국과 주민들의 보호대책 등을 조사중이던 중앙일보특별취재팀은 17일 하오4시20분 갑천 상류에서 흰색물체가 20cm깊이의 냇가한가운데에 잠겨 있는 것을 발견, 가까이 접근해 본 결과 황새가 죽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건져냈다.
황새가 횡사한 갑천은 황새 떼가 날아온 후에도 청둥오리 16마리가 잇달아 죽어 간 극심한 오염지역이다.
이 황새는 황새가 처음 날아왔던 지점에서 대전 쪽으로 2백m쯤 떨어졌고 신구교 상류 8백m지점의 갈대가 우거진 곳에서 30m떨어진 모래흙이 물위로 약간 솟아 오른 곳에 목을 축 늘어뜨린 채 죽어 있었다.
황새가 죽어 있는 모습으로 보아 상류에서 하천 물을 따라 내려오다 모래흙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 황새가 죽은 원인이 오염된 하천 때문인지 혹은 독극물에 의한 것인지는 종합적인 정밀검사가 끝나야 확실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황새를 해부한 윤무부 경희대 교수는 이 황새가 지난14일께 죽은 것 같다며 독극물을 먹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죽은 황새는 암컷으로 몸길이 1m60cm 가량이고 한쪽 날개 길이만도 1·2m였고 외상이 전혀 없었다.
또 몸통과 날개의 절반은 흰색이고 절반은 검은 색이며 부리는 주황색, 다리는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갑천에는 황새 12마리가 지난 12일 처음 나타났다가 사라진 뒤 15일 다시 6마리가 나타났고 16일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황새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칙면 마을주민들은 애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황새가 왔다고 기뻐 들 했는데 며칠도 안돼 죽다니 슬픈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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