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개 공장서 폐수 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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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덕=특별취재반】「58년만의 진객」황새가 끝내 죽어야만 했던 갑천은 이미 병들어 있었다.
17일 하오 죽은 황새가 발견된 폭 500m의 갑천 상류는 온통 기름투성이.
거기다 상류에 위치한 공단과 대전시의 각종 유독성 생활폐수 등 이 흘러와 쌓이는 곳이고 보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철새들이 죽어 갈 것인지 섬뜩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갑천은 물이 귀한 주변마을의 식수 원이었을 정도로 깨끗한 하천이었다는 것이「새의 마을」(봉산리)을 비롯한 인근 6개 마을 주민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갑천 5km상류에 대전공단이 들어서기 시작한 73년부터 차츰 물이 더러워지기 시작하더니 76년12월 대전 제2공단이 입주하면서부터 하루 2만5천t에서 5만t까지의 폐수를 흘러 보내면서 물은 병들어 갔고 곧이어「죽음의 물」이 흐르고 악취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화 대전공단에 입주한 84개의 업체(70여 개 가동 중)는 기계·주물·방직 등 폐수를 많이 내는 공장들인데다가 피혁공장까지 입주하자 물의 오염은 한층 가속됐다. 거기에 대전시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쓰레기는 물론 인분까지 내다 버렸다니….』<구칙면 탑립리 김모씨 (47)의 말>
76년 12월말 완공된 대전시 삼천동9 갑천 변 대전분뇨 종말처리장의 하루 처리능력은 2백㎘대전시에서 나오는 하루 분뇨 량 6백68㎘를 처리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
그나마 희석 식으로 1차 처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분뇨의 오염도는 BOD 2백PPM으로 이는 분뇨의 오염도 법정허용치인 60PPM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또 대전시내에 방출되는 하루 10여만t의 생활하수도 정수처리를 거치지 않고 갑천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는 금강을 오염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제1공단 42개 업체의 폐수가 흘러 갑천으로 들어가는 A유지 뒤편 하천은 화공약품과 폐수가 뿜어내는 흰 거품이 개천을 뒤덮고 있고 심한 악취가 코를 찌를 정도다.
이들 공장들은 대부분 폐수 정화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운영비용이 엄청나 형식적인 가동만 시켜 단속의 눈길을 피할 뿐 정식 운영은 하지 않고 주로 야간을 이용, 갑천에 폐수를 방출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갑천을 건너 학교에 갔다 온 날은 물이 닿은 다리가 붓고 가려워 잠을 자기 힘들다』며 오종분양(16·용산리212·신탄진 여중3년)은 이 마을 통학생 30여명이 한두 번씩은 모두 피부병을 앓았었다고 말하고 있다.
용산리 이장 한태동씨는『2, 3년 전부터 여름만 되면 악취가 심해들에서 점심을 먹지 못할 정도였고 갑천에서 꼬리가 없는 등 이 구부러진 붕어 등 기형어가 종종 발견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천을 양쪽에서 싸고 있는 둑에서 5백여m떨어진 곳에 있어도 악취가 심하게 풍겨왔다.
황새의 죽음이『독극물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발표되자 주민들은 한결같이『황새가 수질오염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 사건 이후 현지에 내려온 조류전문가 등 관계자들은 이렇게 심각하게 오염된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갑천에 황새를 내려앉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하며 지금부터라도 이 「생명부재」의 하천을 되살리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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