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술부사관 200명, 중소기업 '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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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을 앞둔 군 기술병과 단기복무 부사관들을 위한 ‘군 기술인력 중소기업 취업 연계 잡페어’가 8일 서울 신도림동 테크노마트에서 열렸다. 국방부와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이 행사에는 80여 개 중소기업이 참가했다. 전역 예정자들이 현장면접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군대에서 어떤 일을 주로 했나요?”(면접관)

 “‘통신망 지원’이라고 매년 군단에 들어오는 200여 대의 컴퓨터를 교체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홈페이지나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 지원도 해 드리고….”(김 하사)

 “그럼,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일을 다 하는 거네요.”(면접관)

 육군 모 부대 김명성(가명·22) 하사의 어머니는 옷수선을 해서 1남1녀를 키웠다. 어머니의 경제 부담을 덜고 싶었던 김 하사는 군 특성화 고교인 S공고로 진학했다. 군 특성화 고교를 졸업하면 일반병으로 복무 후 부사관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기술을 습득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내년 2월 부사관 전역을 앞둔 김 하사의 가장 큰 고민은 사회 복귀다. “대학 졸업장도 없고 정보도 부족한데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하사와 같은 부사관들을 돕기 위해 8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군 기술인력 중소기업 취업 연계 잡페어’가 열렸다. 국방부와 중소기업청이 손을 잡고 군 기술인력을 중소기업에 맞춤형으로 연계하는 행사다. 김 하사를 비롯해 비슷한 사정을 가진 부사관 2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면접 복장을 돕기 위해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면접 코디’ 부스는 행사 내내 분주했다. “바지가 너무 딱 달라붙어요” “얼굴이 검으신데 핑크색 넥타이를 하는 건 어울리지 않아요” 등등의 충고에 부사관들은 얼굴을 붉히며 옷매무새를 고치고 기업체 부스로 향했다.

 면접 도중 ‘순진한’ 실수도 나왔다.

 “차량 정비가 특기라고 돼 있네요. 언제부터 이쪽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면접관)

 “위에서 하라고 시켜서….”(A 부사관)

 그럼에도 행사에 참석한 기업체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올해 2월에도 170명의 부사관이 참가해 78%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면접관으로 참석한 여의시스템의 노경우 차장은 “군 출신들은 의욕과 패기가 넘치고 조직 생활 적응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행사를 통해 전기회로도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유병규(23)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했다면 적응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회로도 생산·실험 등을 통해 전문적으로 전기 분야에 대한 실력을 키워 나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글=유성운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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