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윗자리에 앉으니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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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어버이날인 8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자신의 초.중.고교 은사 2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이들은 盧대통령이 다녔던 경남 진영의 대창초등학교와 진영중, 부산상고에 재직했던 교사들 중 소재가 파악된 초.중.고교 담임 5명과 고교의 교과담당 선생님 19명이다.

상춘재 앞 잔디밭에서 은사들을 맞은 盧대통령은 중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서익수(74)씨가 "대통령은 나를 모를끼다"고 인사를 건네자 "아이구,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선생님 별명이 '서도끼' 아니었습니까.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고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홍일점 은사'로 참석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 김정옥(68)에게 盧대통령이 "선생님 얼굴은 옛날 그대로입니다"라고 인사를 하자 金씨는 "나도 이제 많이 늙었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盧대통령과 부인 권양숙(權良淑)여사는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며 일일이 고개숙여 인사를 했고, 은사들은 "축하합니다, 영광입니다"라며 대통령 당선에 대한 축하인사와 초청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어떻게 할까예, 들어갈까예"라며 식사를 위해 상춘재로 들어가기를 권유한 盧대통령은 "이 선생님 자린 여기입니다"라며 노령의 은사에게 자리를 직접 안내했다.

특히 상석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된 것을 보고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윗자리에 앉으려니까 참 불편하지만 그래도 앉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점심은 중국식 코스 요리가 준비됐다.

盧대통령은 "평소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두서가 없었다"고 미안해했고, 참석자들은 "챙겨줘 감사하다.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盧대통령은 고교 때 과학 선생님이었던 이기성(74)씨에겐 "학교 다닐 때 무척 겁이 났었다"며 회고했다. 은사들은 "○○는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있으니 전화라도 한번 해주면 고마워할 것이다" "××는 정년퇴직해 미국으로 갔다"며 옛 은사들의 근황을 盧대통령에게 전하기도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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