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보호대책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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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엄규환씨(서울체육 고 복싱감독)=프로권투는 관중동원을 위해 현재 KO율이 높은 멕시코 제 6온스 글러브(웰터급까지)를 사용한다. 이 치명적인 글러브를 8온스 이상으로 올려 펀치의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또 세계타이틀 시합의 15라운드는 완전히 싸우는 시간만 45분으로 이는 조깅하는 정상인이라도 완전히 기진맥진하는 시간으로 게임횟수를 12회 정도로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선수들을 1년에 1∼2회씩 정밀신체검사를 실시, 권투에 부적합한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은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시합전후에 신검을>
▲이강평 교수(한양대 체육과학 연구소장·체육학박사)=권투 같은 원시적 격투경기를 없앨 수 없다면 △현재의 멕시코 제 글러브의 솜을 두껍게 하고 △경기횟수를 줄이며(세계타이틀전12회·동양타이틀전8회 정도) △현재의 휴식시간1분을 더 늘리는 등의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시합전후에 뇌의 모세혈관·뇌파검사 등 정밀신체검사를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엑스레이로 선수들의 머리 관 면을 세밀하게 찍는 C·T테스트를 시합전후에 실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간의 두뇌를 때리는 권투경기는 없애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관중인식도 고쳐야>
▲이종범 박사(한국권투위원회 링 닥터)=복서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우선돼야 한다. 링의 사고는 예방될 수 있다. 물론 KO율은 낮아지겠지만 꼭 피를 보거나 링 바닥에 뒹굴어야만 훌륭한 경기라는 그릇된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 의학만으로 링의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무리한 도전 지양>
▲홍관화 박사(한국병원 신경정신과장)=권투에서 KO를 중요시하는 풍조를 없애야겠다.
묘미는 덜하겠지만 점수위주로 경기운영을 하고 심판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때 빨리 경기를 중단시켜야 한다.
매니저들은 타이틀이 탐난다고 상대가 되지 않는 선수를 무리하게 도전시켜서는 안 된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운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금기다.
권투란 주로 머리를 때리는 운동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위험방지책은 없으나 시합전후에 뇌파검사를 철저히 받으면 큰 위험은 막을 수 있다. 머리뿐 아니라 옆구리를 맞으면 신장에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운 치중은 곤란>
▲천영일 교수(중앙대체육학과장)=선수의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경기 룰이 정해져야 한다. 가령 횟수를 줄인다든지, 글러브를 좀더 크게 해서 치명상을 피해야 할 것이다.
1분의 휴식시간을 좀 늘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프로도 가능한 한 아마와 비슷한 룰을 적용, 지나치게 다운에 치중하지 말고 심판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 치명 상태라고 판단될 때는 다운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기뇌파검사 필요>
▲이규창 박사(연세대병원 신경외과 장)=권투를 하다 다운 당하면 반드시 신경외과에 가서 컴퓨터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운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권투선수는 1년에 한번씩 뇌파검사를 하는 게 좋다. 경기도중 심판이나 세컨드는 선수가 다리가 풀리는 등 KO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이때 빨리 경기를 중단시키는 게 상책이다. 또 규칙을 엄격히 적용해서 뒷머리나 복부아래를 때리는 등 반칙을 금지시켜야 한다.

<끔직한 생각 든다>
▲박종팔 선수(동양-태평양미들급챔피언)=끔찍한 일이다.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일이라는 게 몸서리쳐진다. 무언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할 것 같다.
비록 상대를 때려 누이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는 복싱에 모든 것을 걸고 있기는 하지만 생명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뜻에서 김득구 선수는 현재의 상황에서 선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 선수를 위해 기도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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