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8월] 장원 김대룡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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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마도 올들어 처음인 것 같다. 시조를 유달리 좋아하는 문학청년이 시조백일장 장원에 올랐다. 경기대학교 국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대룡(23.사진)씨다.

마침 이번달 심사위원으로 중진 시인 김영재 선생과 함께 경기대 국문학과 교수로 있는 이지엽 선생이 참여했다. 혹여 미리 알고있던 건 아닐까. 슬쩍 물었더니 이 선생이 심사위원이었다는 사실에 장원은 깜짝 놀랐다.

"2학년 때인가 선생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시론' 인가 하는 수업이었는데, 시험 문제로 시조를 한편 쓰라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다행히도 학점은 좋았습니다. 최소한 A는 받았을 걸요."

김씨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문예창작을 부전공한다. 경기대 문예창작과에는 시조 시단의 원로 윤금초 선생이 강의를 하고 있다. 윤 선생 수업도 두번 이수했다고 했다. 시조는 늙은 장르라는 의식이 우세한 요즘 시조의 매력에 빠졌다는 '문학청년'을 만난 건 반가운 일이다.

"처음엔 글자 수만 맞추면 시조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율격을 의식하면서도 얽매이지는 않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읽어왔으니까 벌써 4년 가까이 됐네요."

수상작 '볼링장에서'는 소재부터 신선했다는 평을 받았다. 시조 하면 으레 자연을 예찬한다는 고정관념을 이 작품은 보기좋게 깨고 있다. 볼링핀을 연어라 생각하고, 연어의 입장에서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볼링공을 형상화한 것이다.

'단말마 스플래쉬'같은 시어는 숨을 거두기 직전 연어가 내뱉는 외침을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평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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