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 위해 연기생활 40년…공허 느껴 다시 불문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인생유전이란 말이 있다.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를 웃기고 울리던 탤런트가 어느날 갑자기 근엄한 법복을 걸친 스님으로 변신했으니 이 또한 인생유전이랄 수밖엔.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유전」은 인간의지에 앞서 부처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진 불문에의 귀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불가와 인연을 맺었다. 7세때 말못할 사연으로 집을 나와 서울봉원사의 영진강원에서 15년간 수도생활을 했다. 그후 24세에 혜화전문 불교과를 마쳤다. 그러나 졸업 후 수도생활과는 거리가 먼 연극·TV에서 연기자로서 40년을 보냈으니 주객이 전도된 인생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연기생활과 첫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영진강원에서 수도를 하던 18세때. 부처님 오신날 행사로 『목련전자경』을 연극으로 각색, 공연하면서부터였다. 이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이때 나는 현대불교의 포교를 위해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해방되던 다음해 대중극회를 창립, 본격적인 불교연극을 공연했다. 『지옥과 인생』『원효대사』『황진이』등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다.
현재 대부분 중진급 탤런트들이 다 그렇듯이 이 땅에 TV가 들어오면서 나 또한 연극무대에서 TV쪽으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대중문화의 기수인 탤런트로 전신하게 된 것이다. 동양TV초창기의 『오늘은 왕』『빨간 카네이션』, KBS-TV의 『여로』등 5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해 연기자로서 위치를 굳혔다.
그러나 TV무대에 서면 설수록 마음은 공허했다. 무엇인가 자꾸 잃어 가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래 목적으로 했던 「불교의 포교」와는 거리가 먼 세계에서 살고 있는 듯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회의와 번민이 뒤따랐다.
숱한 밤을 오뇌 속에서 번민하던 나는 드디어 지난 78년 8월18일 40년의 예술계생활을 청산키로 결심, 머리를 깎았다. 내 마음의 고향인 불가로 다시 귀의한 것이다. 그러나 연기자로서의 40년 인생을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불교문화예술사업을 통한 포교』라는 내 꿈은 아직도 살아있으며 그 꿈을 실현하는데 40년 예술계경력은 커다란 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