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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 '코드' 잘 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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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와대가 25일 이병완 전 홍보수석을 3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맞아 들였다. 임기 후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언론계 출신인 이 신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이던 2002년 연을 맺었다. 당시 한화갑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을 지켜 본 노무현 대선후보가 "저런 좋은 글을 누가 썼느냐"고 주변에 수소문했고, 초안 작성자인 이 실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전언이다. 이 실장은 당시 행정수도 이전 등의 메가톤급 대선공약을 개발해 냈고,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도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발휘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 기획조정 분과 간사로 이 실장을 발탁해 '집권 이후의 밑그림'을 그리게 했던 노 대통령은 당시 안가로 그를 불러 "초대 총리감을 한번 알아보라"는 밀명을 내리기도 했다. 그가 찾아 온 인물이 바로 고건 총리였고, 노 대통령은 그를 낙점했다. 그는 이기준 부총리 검증 파문 당시 수석급의 일괄 사표라는 결단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오랜 측근은 아니지만 그의 정치적 감각과 분석력, 전략적 마인드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상당히 두텁다는 게 청와대 내 중론이다.

우선 노 대통령은 그를 통해 꼬여 있는 정국 상황을 풀어나갈 정무적 보좌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 핵심 참모는 전했다. 불법 도.감청 문제로 생성된 김대중 전 대통령 측과의 갈등 기류를 푸는 게 급선무다. 이 실장은 호남.민주당 출신이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불법 도청 국면, 효율적인 과거사 정리 등을 무난히 마무리짓는 것도 그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 정부의 비서실장은 정치권(문희상)~학계(김우식)를 거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와 여론 수렴과 전달이 강조되는 언론계 출신에서 배출됐다.

노 대통령은 최근 대안 제시를 통한 언론과 정부 간 '선의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3기 이 실장 체제에선 언론과의 상호 의견 교환 및 대통령에 대한 여론 전달 기능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 재직 당시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출입기자를 지낸 이 실장은 과거 출입처의 비서관을 거쳐 기관장으로 취임하는 드문 기록도 남기게 됐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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