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는 국유지, 서울 면적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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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재정경제부는 해양경찰청사 등을 짓겠다는 명목으로 2000년 대전 정부청사 부근 월평동 상업지역의 땅 6000평을 샀다. 재경부는 그러나 공시지가로 376억원에 이르는 이 토지의 용도를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1997년 대법원과 검찰청이 성남 지원.지청을 짓겠다며 매입한 분당의 땅 9714평은 현재 건설회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자리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개발과 활용이 가능한데도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국유지가 서울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4억2000만 평에 이르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놀고 있는 국가 땅의 대부분은 특별히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잡종재산이다. 전체 잡종재산 5억4000만 평 중 77%(4억1600만 평)가 아무런 용도도 정해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특히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3억9000만 평의 잡종재산 중 80%(3억1000만 평)가 용도 미정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에 산재한 10㏊ 미만의 잡종재산을 관리하자면 비용이 더 들고, 이를 매각하자니 투기 우려가 있어 그대로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5년 안에 특정 목적으로 쓰려고 마련한 행정재산 중에서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된 땅이 263만 평(장부가 4770억원)에 이른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 중에서도 각 기관이 청사를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의 경우 허용된 용적률은 600%지만 3층짜리 건물만 지어 실제용적률은 57%에 불과하다. 법정 용적률에 따라 15층 건물을 지어 세무서 사무실을 제외한 나머지를 분양.임대하면 최고 690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나서 개발을 추진했지만 국세청의 의지 부족으로 흐지부지된 상태다.

아직까지 일본인 명의로 남아있거나 주인이 없는 땅도 여의도 면적의 36배인 9200만 평에 이른다.

감사원은 국유지 전체에 대해 용도와 개발 가능성까지 서둘러 조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잡종재산 관리업무를 자산관리공사나 토지공사 등 위탁기관에 맡기는 동시에 민자를 끌어들여 개발.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재정경제부에 권고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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