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장애아동 학부모, 장학사와 통화 후 자살 논란

중앙일보

입력

울산의 한 장애아동 학부모가 장학사와 통화 한 다음날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유족들은 “장학사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목을 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장학사와 학부모의 통화 녹음 내용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자살과 장학사와는 연관이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사정은 이렇다. 시각장애 아들을 둔 A(35ㆍ여)씨는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아들이 내년에 입학할 초등학교를 지난 2일 찾아갔다. 특수반 수업을 참관한 A씨는 시각장애 아동을 위해 제작된 교과서(150만원 상당)를 받아갔다. 학교 방문에 앞서 울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팩스로 학교에 참관과 교과서 수령 관련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중간에서 증발됐다. 학교 팩스 기록에는 남아있지만 학교 담당자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공문이 사라지면서 A씨는 임의로 학교에 들어온 사람으로 오해 받게 됐다. 학교 측은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학부모가 수업을 참관하고 교과서를 받아갔다”며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울산시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의 B장학사에게 보고했다. 이에 장학사는 A씨에게 전화해 ”어떻게 학교를 방문하게 됐으며 교과서를 받아갔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차례의 통화 중 두번째 통화는 A씨가 녹음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는 서로 문자메시지도 주고 받았다.

다음날 A씨는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A씨가 장학사로부터 추궁을 들으면서 억울한 마음을 갖게 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통화 녹음 내용과 문자메시지 등을 조사했지만 B장학사가 A씨에게 한 말에는 모욕적인 내용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B장학사는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학교를 담당하는 장학사로서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 특수아동 수업을 참관하고, 교과서를 받아갔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통화녹음 내용과 문자메시지를 보면 알겠지만 A씨를 모욕한 사실이 전혀 없다. 장학사로서 학부모를 기분 나쁘게 대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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