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537. 낼름/웅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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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요즘 남북의 화해 분위기를 지켜보며 "불행했던 과거를 해소하는 출발점"이라고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주면 낼름 받아먹는 식의 대북 사업은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혀나 손 따위를 날쌔게 내밀었다 들이는 모양이나 무엇을 날쌔게 받아 가지는 모양을 나타낼 때 '낼름'이란 단어를 자주 쓰지만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날름'이라고 써야 한다. "그녀는 쑥스러울 때면 혀를 날름 내미는 버릇이 있다" "아이는 가게 주인 몰래 사탕 한 알을 주머니에 날름 집어넣었다"처럼 쓰인다. '널름'이나 '늘름'도 같은 뜻의 표준말이다.

또 운동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복부 비만을 걱정하면서 "요즘 뱃살이 한 웅큼 잡힌다"며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로 '웅큼'이란 단어를 종종 쓰는데 이 또한 표준어가 아니다. '움큼'이라고 써야 맞다.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진다" "해장라면을 끓일 때는 콩나물을 한 움큼 넣어야 한다"처럼 쓰인다. '옴큼'도 같은 뜻의 올바른 말이다.

이처럼 널리 쓰인다고 해서 모두 표준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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