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 기자의 ‘노래가 있는 아침’] 로로스 2집 ‘W.A.N.D.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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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서 지상으로,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게로’

포스트록 밴드, 로로스(LORO'S)의 새 앨범을 압축한 카피 문구입니다. 홍보 담당자가 쓰셨겠지만 정말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앨범을 CD플레이어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하나의 우주가 제 안으로 들어온 듯했으니까요. 이토록 강렬한 1번 트랙은 오랜만이었고, 그래서 모든 일을 멈추고 12번 트랙까지 내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로스가 2008년 1집 ‘Pax’를 발표했을 때, 평단에선 대단한 신인이 등장했다고 환호했었죠. 사람들은 로로스를 타고 서정과 몽환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2집을 만나기까지 6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 했죠. 2집의 1번 트랙 ‘W.A.N.D.Y’(We are not dead yet)는 멤버들이 다시 모이게 된 것을 기념하는 곡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곡을 듣고 폐허가 된 어느 미래의 도시를 떠올렸습니다. 앙상한 철골 구조와 콘크리트 더미만이 과거의 영화를 증명하는 버려진 땅 말이죠. 이 처연하면서도 장대한 곡이 모두 끝나고 나면 눈 앞에 여명이 비춥니다. 폐허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2번 트랙 ‘U’로 넘어오면 너와 내가 등장합니다. 건반과 보컬을 맡고 있는 도재명씨는 이 곡에 대해 “늘 동경했던 우주와,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이 어쩌면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곡은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별이 되는, 그래서 나와 우주가 우리가 되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곡이 시각적으로 구현 가능한 앨범입니다. 무엇보다 제인씨의 따뜻한 첼로 연주가 방안에 온기를 돌게 하네요. 이 겨울, 필청 음반입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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