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MBA 과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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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에 경영학석사(MBA)를 양성하는 '평양 비즈니스 스쿨'이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최근 첫 졸업생 30명을 배출했다. 이 신문은 평양 현지 르포에서 자본주의의 핵심 인력인 MBA를 길러내는 경영대학원이 북한에 생긴 것은 달라지는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전했다.

평양 비즈니스 스쿨은 스위스 정부 산하기구인 기업개발처(DCA)가 자금을 대고,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이 강사진을 파견해 운영되는 외국계 사설 교육기관이다. 가르치는 과목은 전략적 기업경영, 국제상법 개론 등 서구의 경영대학원과 비슷하다.

학장은 다국적 엔지니어링기업인 ABB의 평양 지사장인 펠릭스 앱트가 맡고 있다. MBA 과정 운영 배경에 대해 그는 "북한에 식량 등 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직접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회 졸업생들은 구두공장.제약회사 등 다양한 기업체 직원들이었다. MBA 과정을 마친 강천일씨는 "최첨단 디지털 화상 기술을 배워 회사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를 쓴 아나 파이필드 기자는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이후 효율과 이윤 개념이 북한 사회에 점점 스며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평양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 영어 강사는 "어린이들에게 장래 직업을 물으면 사업가라는 대답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체사상 전도사인 북한의 대학 교수들 중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도입한 자본주의적 제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파이필드 기자는 "그러나 지난 50년간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의 핵심 개념인 이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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