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공개처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6일 이란의 한 작은 마을에 소동이 벌어졌다. 아침 일찍부터 경찰차가 동네방네 골목길을 누비며 "9시 마을 광장입니다"라며 안내방송을 해댔다. 나무에 매달린 아이와 앞자리를 차지한 노인들까지 5000명이 운집했다. 광장 한가운데엔 교수대가 놓여 있었다.

'사막의 흡혈귀'로 불리는 어린이 유괴살해범 모하마드 비제(24)가 등장했다. 21명의 어린이를 사막으로 유인해 성폭행.살해.암매장했다. 양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자란 비제는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100대의 채찍을 맞았다. 성폭행에 대한 대가다. 채찍 소리에 맞춰 신음과 환호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상체가 피투성이가 된 그를 교수대로 끌고가는 사이 한 피살 어린이의 형이 달려들어 칼로 찔렀다. 피해자 측 대표가 그의 목에 올가미를 씌웠다. 몸뚱이가 허공에 매달리자 "죽어라"라는 함성과 함께 사방에서 돌이 날아들었다.

이슬람 국가에선 대부분 사형제가 남아 있다. '살인죄는 사형으로 처벌한다'는 이슬람의 가르침에다 '복수'를 명예로 여기는 아랍 부족사회의 전통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개처형이란 형식 역시 그 가르침과 전통을 환기시킨다는 의미에서 활용되곤 한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사형 대국'이라 불리는 중국에선 매년 최소 1000명 이상이 처형된다. 16일 중국 인터넷 신문(Sina. com)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이 붙잡혀 10년 전 범행까지 자백했다. 그런데 그 사건의 범인은 이미 사형됐다. 무고하게 처형된 청년(당시 21세)의 어머니는 "아들이 고문 끝에 허위 자백했다"며 통곡했다.

사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생명을 끊는다는 점에서 사형 역시 '사법 살인'으로 불린다. 특히 공개처형은 비인간적인 형벌로 비난받아 왔다. 흉악범 역시 최소한의 인격이 있고 죽음 앞에서의 존엄이 있기 때문이다. 공개처형은 환기나 계몽의 효과보다는 잔혹심리를 자극하고 범죄예방 효과도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TV를 통해 공개된 북한의 공개처형 동영상은 충격적이다. 이란의 연쇄살해범보다 죄상은 덜 심각한데 처벌 과정은 중국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남쪽에서 태어났다면 빼앗기지 않아도 될 고귀한 생명일 수 있다.

오병상 런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