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blog] '왕고참' 서장훈이 걸레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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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서장훈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m7cm의 장신 선수, 최고액 연봉을 받는 한국 최고의 센터? 다 맞습니다. 그럼 성격은 어떨 것 같나요? TV 중계를 보니 자주 심판에게 항의하고 짜증을 내더라고요?

서장훈 선수는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남자농구대표팀이 일본에서 열리는 기린컵 국제대회에 출전했거든요. 대표팀은 일본으로 가기 전인 16일 용인에서 프로농구 KCC와 연습경기를 했습니다. 서장훈 선수는 부상 때문에 안 뛰었습니다.

3쿼터에 대표팀의 이상민 선수가 골밑에서 수비수에 밀려 넘어졌습니다. 서장훈 선수가 성큼성큼 코트로 걸어 들어가네요. 파울을 한 후배 선수를 혼내주려나? 아닙니다. 걸레를 들고 이상민 선수가 쓰러졌던 자리를 싹싹 닦았습니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런 일은 주로 후배 선수들이 합니다. 그런데 왕고참인 서장훈 선수가 걸레질을 하다니요. 경기를 마치고 양팀 선수와 관계자, 기자들이 함께 식사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서장훈이 무릎에 얼음주머니를 두른 채 관계자석으로 오더니 인사를 합니다.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가 웬 얼음주머니?

"체력 훈련을 하다 다쳐서 운동을 쉬었더니 체중이 120kg이 됐습니다. 체중을 이기지 못해 무릎이 부었어요. 일본에서는 못 뛸 것 같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맞춰 준비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랬군요. 체중이 갑자기 늘면 무릎이나 발목에 이상이 옵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태릉선수촌으로 돌아가는 서장훈 선수에게 격려의 말 외에는 할 수가 없더군요.

서장훈 선수는 깔끔하고 예의바르며 자신에 대해 엄격한 선수입니다. 유니폼이나 수건은 반듯하게 개어 쓰고, 인사를 잘합니다. 아무리 바쁜 일정에 쫓겨도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개인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장훈 선수가 걸레질을 한 것은 의외였습니다. 알고 보니 전창진 감독의 지시라고 하는군요. 아파서 경기에 나갈 수 없으면 바닥을 닦든 음료수를 챙기든 뭔가 팀에 공헌하라고 그랬답니다.

전 감독의 생각도 매섭지만 군말 없이 걸레를 집어든 서장훈 선수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일본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9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잘 싸우기 바랍니다. 세계선수권 티켓이 걸린 대회죠?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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