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선수는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남자농구대표팀이 일본에서 열리는 기린컵 국제대회에 출전했거든요. 대표팀은 일본으로 가기 전인 16일 용인에서 프로농구 KCC와 연습경기를 했습니다. 서장훈 선수는 부상 때문에 안 뛰었습니다.
3쿼터에 대표팀의 이상민 선수가 골밑에서 수비수에 밀려 넘어졌습니다. 서장훈 선수가 성큼성큼 코트로 걸어 들어가네요. 파울을 한 후배 선수를 혼내주려나? 아닙니다. 걸레를 들고 이상민 선수가 쓰러졌던 자리를 싹싹 닦았습니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런 일은 주로 후배 선수들이 합니다. 그런데 왕고참인 서장훈 선수가 걸레질을 하다니요. 경기를 마치고 양팀 선수와 관계자, 기자들이 함께 식사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서장훈이 무릎에 얼음주머니를 두른 채 관계자석으로 오더니 인사를 합니다.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가 웬 얼음주머니?
"체력 훈련을 하다 다쳐서 운동을 쉬었더니 체중이 120kg이 됐습니다. 체중을 이기지 못해 무릎이 부었어요. 일본에서는 못 뛸 것 같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맞춰 준비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랬군요. 체중이 갑자기 늘면 무릎이나 발목에 이상이 옵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태릉선수촌으로 돌아가는 서장훈 선수에게 격려의 말 외에는 할 수가 없더군요.
서장훈 선수는 깔끔하고 예의바르며 자신에 대해 엄격한 선수입니다. 유니폼이나 수건은 반듯하게 개어 쓰고, 인사를 잘합니다. 아무리 바쁜 일정에 쫓겨도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개인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장훈 선수가 걸레질을 한 것은 의외였습니다. 알고 보니 전창진 감독의 지시라고 하는군요. 아파서 경기에 나갈 수 없으면 바닥을 닦든 음료수를 챙기든 뭔가 팀에 공헌하라고 그랬답니다.
전 감독의 생각도 매섭지만 군말 없이 걸레를 집어든 서장훈 선수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일본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9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잘 싸우기 바랍니다. 세계선수권 티켓이 걸린 대회죠?
허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