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공은 슬쩍 발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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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도성씨의 회고.
『당시 나는 국회에 진출, 민국당선전부장을 맡고 있었다. 죽산문제가 났을때 결단을 내려야할 사람은 신익희씨였다. 그런데 그는 이문제에서 발을 빼고 말았다. 연유를 알아봤더니 장면계열이 이미 해공계열과 손을 잡고 있었다. <죽산은 배척한다. 신당의 당수와 대통령후보는 해공에 양보한다>는 밀약이었다. 나는 죽산문제의 내막을 김성수씨에게 가서 브리핑을 했다.
당시 인촌은 건강이 나빠 2선에 물러나 있었지만 당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행사하고 있었다.
▲민주대동이라고 했으면 그대로해야지 왜 딴소리들을 하나. 해공의 책임회피가 문제야…. 신군은 죽산을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죽산을 잘 모릅니다.
그래…. 신군이 죽산을 한번 만나봐.
▲만나서 뭐라고 합니까.
▲자네가 나한테 한 얘기를 그대로 죽산한테도 들려주어. 그리고말야, 내막이야 어쨌든 표면의 이유는 죽산이 과거 공산주의 운동을 한것 때문이 아닌가. 그걸 한번 따져봐. 지금도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안그렇다고 하면 그것을 공개성명으로 발표할수있겠는지 알아봐.
이래서 나는 사직동의 세칭 「도장궁」으로 갔었다. 집을 보니까 어마어마한 한옥규모에 놀랐다. <이사람 프롤레타리아 운동 했다더니 부르좌구먼> 하는 생각이 들었다.(도장궁은 강화출신 실업인이 죽산에게 빌려준 집이었음). 어쨌든 만나서 신당운동이 죽산문제로 어렵게 했다고 설명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했다.
▲지금도 일부에선 죽산이 공산주의를 버리지 않았다고 내세우고 있읍니다. 솔직한 현재 심경을 말해 줄수 없겠읍니까.
▲해방전에야 독립운동을 하지않았소. 그당시 공산당에 관계한건 사실이요. 하지만 그것은 독립운동의 방편으로서였지 공산주의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소. 해방과 동시에 공산당과 결별하지 않았소.
▲그것을 공개성명으로 표시하시면 어떻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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