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재미 못본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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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중 증권거래소 상장 제조업체들은 채산성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에 힘을 쏟아 그럭저럭 매출은 유지했지만 원화 가치 급등과 고유가로 이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반면 부실정리를 마무리한 금융회사들은 실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18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거래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32개사의 상반기 매출은 303조60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4%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19.19%, 반기 순이익은 11.63% 줄어들었다.

제조업체들이 얼마나 돈 되는 장사를 했는지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포인트 낮아진 8.08%를 기록했다.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에 1000원어치의 물건을 팔면 115원을 남겼다면 올 상반기엔 81원 남기는 데 그친 것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전기전자 업종이 환율 하락 충격에 가장 심하게 휘둘렸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7795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7조7419억원)보다 50.92%나 급감했고 LG전자(영업이익 4237억원) 역시 47% 줄었다. 이에 비해 금융업의 실적은 크게 좋아져 거래소시장 금융업 9개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21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360%나 늘었다.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12월 결산법인 721개사의 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36%와 22.7% 감소했다. 특히 벤처기업들이 좋지 않아 316개 벤처기업의 영업이익은 29.79%, 순익은 48.93% 줄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반기 제조업체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진정된 만큼 하반기에는 기업 실적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증권 김지환 연구위원은 "환율이 1000원대에서 안정됨으로써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박수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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