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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선물거래까지 … 스마트 조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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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전 지역의 폭력조직인 반도파와 유성온천파 조직원들은 2012년 10월 불법 선물(先物)거래 사이트를 열었다. 거래 구조가 복잡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은 분야였다. 하지만 이들은 증권 전문가들과 연계해 난관을 극복했다. 올해 2월까지 1년반 동안 거래액만 1223억여원에 달했고, 196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 사건 관련자를 대거 적발해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청주 지역 폭력조직인 파라다이스파 행동대원들은 지난해 A석유의 대표 또는 실장으로 무더기 취업했다. 그러나 마음잡고 착실하게 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서류상으로만 직원으로 꾸며놓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92개 주유소와 950억원대 거래를 한 것처럼 꾸민 뒤 석유를 빼돌려 불법 유통시키는 한편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으로 수수료를 챙겼다. 이 사건을 수사한 청주지검은 최근 행동대원 조모(33)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 2명을 지명수배했다.

 조직폭력 집단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룸살롱·오락실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자릿세를 뜯는 조폭은 1세대 ‘갈취형’으로 분류된다. 이어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이권에 관여하는 2세대 ‘혼합형’이 등장했다. 요즘은 3세대 격인 ‘합법 위장 기업형’ 조폭이 활개를 치고 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 나오는 ‘거성기업’처럼 조폭이 일반 기업 간판을 걸어놓고 뒤로 불법을 자행하는 방식이다.

 검찰이 3세대 조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총 345명을 구속하고 898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윤갑근)는 올 2월 ‘전국 조폭 전담 부장검사·검사·수사관 전체회의’를 개최한 후 8개월 동안 집중 단속을 벌여 이런 성과를 거뒀다고 2일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인수합병(M&A) 및 금융, 주식시장에 진출하는 등 조폭들의 범행 영역이 진화하고 있다”며 “이들이 형성한 불법지하경제 규모만 2조원 상당”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폭들의 활동반경은 크게 넓어지고 있다. 이천연합파 조직원 조모(55)씨는 B토건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회사 재산을 빼돌렸다. 자신의 측근에게 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넘긴 것처럼 꾸몄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조씨를 조세 포탈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목포 오거리파 조직원인 김모(44)씨도 2009년 사채업을 하는 과정에서 B소프트라는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사 자금 94억여원을 빼돌렸다.

 불법 도박 사이트와 마약 거래도 요즘 조폭의 주된 돈벌이 창구다.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구모(22)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기간 올린 매출만 382억원이다. 경산인규파 소속 조직원인 서모(33)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필리핀에 서버를 둔 도박 사이트 ‘황금어장’을 운영하며 1580억원의 게임머니를 판매했다. 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3세대 조폭들의 은닉 자금과 폭력활동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며 “이권을 둘러싼 조폭 간 세력 다툼으로 인한 폭력사태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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