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감독 '386'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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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로농구 감독들의 나이가 자꾸 젊어진다. 1960년대생, 80년대 학번들이 벤치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윤 전 코리아텐더 감독이 SK 나이츠의 새로운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82학번만 4명이 됐다. 플레이오프 챔피언인 TG 엑써스의 전창진 감독, SBS의 정덕화 감독, SK 빅스의 유재학 감독을 포함해 모두 4명의 82학번 감독이 프로농구 벤치를 지킨다.

80학번인 동양의 김진 감독까지 포함하면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이 80년대 이후 학번에 지휘봉을 맡겼다.

80년대 학번 감독들의 특징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이다. '정석'이 무엇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선배들과 달리 '능률'을 추구한다. 허재를 중심으로 용산-중앙대 학맥의 '의리'를 강조해 TG를 이끌고 왕좌에 오른 전감독이나 난파 직전의 코리아텐더를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시켜 4강 신화를 이룩한 이상윤 감독이 이 진취적인 지도 이념과 지도 스타일의 위력을 대변한다.

후배들의 전진은 80년대를 풍미한 수퍼스타 그룹의 후퇴로 이어졌다. 박수교.황유하.진효준.안준호 같은 수퍼스타 세대가 졸지에 된서리를 맞고 야인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배 세대의 퇴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자업자득론. 몇차례 시즌을 경험하면서 "감독의 능력보다는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성패가 성적을 좌우한다"고 강조한 고참 감독들의 주장이 구단 고위층에는 "감독은 패기있고 복종심 강한 젊은이로 고르고 선수만 잘 뽑으면 된다"는 의식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를 든다면 역시 외국인 선수의 존재와 프로농구 특유의 경기 규정이다. 수비선수 3초 규정을 포함한 제반 경기 규칙은 아직도 국내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신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전창진 감독조차 "수비선수 3초 규정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수비를 깨기는 어렵다" 고 고백했을 정도니까.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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