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는 전국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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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림픽 유치이후 두 번째 전국체전이 개막됐다. 이번 대회에는 체전사상가장 많은 1만7천33명의 선수만이 참가, 개인과 고장의 명예를 걸고 신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특히 이번 대회가「화합·인정·질서」를 표방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작년 서울에서 열린 62회 체전이 그 어느 회보다도 무질서대회의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기는 과정이 정정당당해야 한다. 스포츠만큼 페어 플레이 정신이 요구되는 분야도 드물다. 또 페어플레이는 본래 스포츠 게임의 산물이기도 하다.
작년 서울대회에선 일부 선수단과 임원진, 그리고 흥분한 관중들이 한데 어울려 폭력사태를 빚은 것이 대표적인 무 질서행위였다. 승패에 겸허히 승복할 줄 모르는, 스포츠맨십의 결여 때문이었다. 올해 대회는 이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말고 깨끗한 대회가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한다. 비록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은 차후의 노력에 맡기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데서 체전의 1차적인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다.
원래 스포츠제전은 화합의 광장이지 ?전투구의 마당은 아니다. 게임에 임하다 보면 이 같은 본래의 의미가 망각되기 쉬우나 전국체육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88년 올림픽은 한해한해 다가온다. 86년 아시안 게임도 준비기간이 그리 긴 것만은 아니다. 이 두 세계적인 스포츠제전의 주최국으로서 우리는 체전을 통해 질서 있는 대회운영과 정정당당한 승부, 그리고 성숙한 관전태도를 몸에 익혀야 한다.
특히 과열된 응원은 자칫하면 게임자체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고 갖가지 스포츠 진흥책이 쏟아져 나와도 한 가닥 불안은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국민들의 관전태도다.
묘기나 명승부에는 제고장, 제나라 팀이 아니라도 따뜻한 성원을 보내는 것이 성숙한 관전태도인데도 시민들은 제 편과 남의 편을 유난히 가린다.
이런 태도는 참가선수들의 반발을 사기 쉽고 우리의 문화수준을 의심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게임에 임하는 선수 못지 않게 관중의 태도가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체전이 질서 있게 운영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목표와 아울러 좋은 기록을 내려는 선수들의 진지한 자세를 기대함도 체전의 중요한 목적이다.
흔히 좋은 기록은 종별대회에서 이루어지고 체전기록은 이보다 뒤떨어지는 경우가 간간이 있었다. 이것은 체전의 성적이 종합점수제로 평가되는 데서 오는 선수들의 열의부족이 원인이 될 때가 많았다. 차츰 이런 폐단은 시정돼서 체전기록이 큰 향상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현시점에선 더욱 열성 있는 선수들의 분발이 요청된다.
특히 체전이 무명선수의 화려한 등장을 보장한다면 전국대회의 의의는 더욱 빛날 것이다. 이점에서 체육지도자들의 부단한 신인선수 발굴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
솔직히 얘기해 올림픽이 유치되기 전까지의 체전은 기록보다는 시·도 별 우승의 향방에만 집착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체전이 기록향상과 신인선수 발굴의 기회로 활용해야할 형편에 있다. 경기력 향상에도 노력이 기울여져 수준 높은 대회로 전환되어야할 것이다.
그 어느 경우라도 스포츠의 정도가 존중되어야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정도를 벗어난 승리는 깨끗한 패배보다도 못하다.
이제 엿새동안 2만에 가까운 젊은이들은 마음껏 힘과 기를 겨룰 기회를 부여받았다. 또 국민들은 그들의 힘찬 질주와 도약을 지켜보게 됐다. 이 모든 환희와 열광이 혼연일체가 되어 빛나는 스포츠한국의 미래를 약속한다면 체전은 그 어느 것보다도 소중한 우리의 문화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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