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입안의 신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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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강동의 고덕지구 개발문제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있다.
지난 4월초에 발단되어 한 동안 가열되었던 논의는 6윌15일 정부의 부처간 최종 합의로 타결 된 듯 하였으나 다시금 시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고덕지구의 택지조성과 동시에 건설한다고 약속했던 하수처리장시설을 2∼3년 늦추기로 함으로써 수도권의 식수원 오염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좀더 내용을 따져보면 논란의 근거는 보다 깊은 곳에 있다.
고덕지구의 주택단지개발문제자체에 대한 우려가 아직 실질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이 사업을 벌이는데 있어 정부 각 부처간에 이루어졌던 논의는 결국 정부의 정책결점자체가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데 대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5월에 이 사업자체가 정부부처간의 충분한 협의 없이, 또 국민 일반의 양해를 방음이 없이 추진되었다는 점을 들어 이의를 제기한 바가 있었다.
1천만 인구를 수용하는 수도서울의 마지막 남은 숲을 없애는 무모한 사업이 어떻게 신중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공사가 착수되어 어느새 수백 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이 투여될 수 있었던가는 실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었다.
1백만 평의 택지를 조성하면서 20년생 소나무, 잣나무 등 2백만 그루를 잘라 없앤다는 최초의 계획은 환경파괴라는 측면에서도 비판 되었었다.
88서울 올림픽에 대비한 수도서울의 환경 가꾸기라는 정부의 목표가 무색해질 뿐 아니라 거기에 들어선 각종 오수, 오물들이 서울의 상수도원을 오염시켜 시민의 생활환경을 불모화 하리라는 우려다.
그뿐더러 이 계획이 서울시의 인구억제정책에 근본적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교통·청소 등 다양한 도시문제들을 새로 확대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던 것이다.
그런 여러 문제 중에서도 특히 우리는 정부의 부처들이 법의 실천에서 국민의 수범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탈법을 자행하려했다면 더 큰 불행을 느낀다.
그것은 처음에 건설부가 서울시나 환경청의 협의를 거치지 앉고 이 개발사업을 추진했다는 점만도 아니다.
「환경보전법」제5조는『도시의 개발, 산업입지 및 공업단지의 조성 등 환경보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행정기관장은 그 계획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관해 미리 환경청장과 협의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합의라는 이유로, 이미 사업비가 막대하게 방출되었다는 이유로 연말에나 끝날「환경영향평가」를 기다리지 앉고 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합의가 두개의 전제조건 위에서 성립되었던 것도 기억해야겠다.
그 조건의 하나는 개발면적 1백18만여 평 중 녹지비율을 전체의 24·3%이상으로 늘려 잡는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한강의 수질오염방지를 위해 하수종말처리시설을 83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개월도 안된 오늘의 시점에서 그때의 전제조건 중 하나인 하수처리시설은 사실상 86년까지 천연하려 들고있다.
이것은 首都서울의 환경과 식수오염이란 측면에서 국민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킨다.
한 조건의 철폐가 다른 공약의 위약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도 한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식수를 오염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에 더 없이 깊은 우려를 갖는다.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꿰어 맞추려드는 행정의 일관성 결여는 적지 않은 문제다.
정은 바름 (正) 을 지키는 일이오, 동시에 국민에게서 믿음(신)을 세우는 일은 나라의 유지에 기본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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