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여객기 아테네서 추락… 탑승객 121명 사망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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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락한 키프로스 비행기의 잔해 가운데 유일하게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꼬리 부분이 산 중턱 도로 위에 떨어져 있다. 나머지 동체 대부분이 산산조각 나고 불에 타버려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르나바 로이터=연합뉴스]

키프로스 여객기가 14일 낮 12시 그리스 아테네 북쪽 산중에 추락해 승객.승무원 121명이 모두 숨졌다. 기체 결함으로 인한 추락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망자는 모두 키프로스인이다.

키프로스 국적 헬리오스 항공 소속 보잉 737기는 이날 아침 키프로스 나르나카를 출발해 그리스 아테네로 향하던 중 아테네 북쪽 40km 바르나바 지역에 추락했다.

여객기가 10시30분 그리스 영공으로 접어든 직후 아테네 국제공항 관제탑이 교신을 시도했다. 조종사는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겼다"는 메시지를 남겼으며 직후 교신이 두절됐다. 아테네 공항의 요청에 따라 그리스 공군 F-16 전투기 두 대가 여객기를 찾기 위해 출동했다. 이상 징후를 발견한 전투기가 여객기 유도를 시도했으나 방향성을 잃은 비행기가 산 중턱에 부딪쳤다.

출동했던 전투기 조종사 게라시모스 칼포야낙은 "조종실에 조종사는 보이지 않았고, 부조종사는 조종석에 앉은 채 앞으로 엎어져 있었다. 산소호흡기가 천장에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봐서 기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항공국 관계자는 "비행기 기체 결함으로 갑자기 조종실 기압이 떨어지면서 조종사가 의식을 잃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리스 TV는 "승객 중 한 명이 추락 직전 키프로스에 있는 사촌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조종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안녕, 우린 모두 얼어 죽을 거야'라고 작별인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테러나 피랍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항공전문가 키에란 델리는 "각종 위급 상황에 대처할 기능을 갖춘 보잉 737과 같은 대형 비행기에서 에어컨 고장 등으로 비행기가 추락한 일은 의외"라고 말했다.

키프로스 최초의 민간항공으로 1999년 설립된 헬리오스 항공은 보잉 737기를 4대 보유하고 아테네 외에 런던(영국).더블린(아일랜드).스트라스부르(프랑스).소피아(불가리아) 등에 취항해 왔다.

오병상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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