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원유 감산 반대한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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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 18면

로이터=뉴시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들은 27일(현지시간) 열린 석유장관회의에서 하루 3000만 배럴인 기존의 산유량 쿼터(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감산을 주장했던 베네수엘라·이라크의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산유량 유지 결정을 주도한 이는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79·사진) 석유장관이다. 알나이미는 회의가 끝난 뒤 산유량 유지 결정을 “훌륭한 결정이었다”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전날 열린 걸프만 연안 6개국 협력체인 걸프협력회의(GCC)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회원국들이 하나의 통일된 결정에 이르렀다. 석유시장이 결국 스스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OPEC 회원국들이 당장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국제시장 좌지우지 OPEC 내 터줏대감

이번 산유량 결정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는 OPEC 가입국들과 셰일원유를 앞세운 미국 등 비(非) OPEC 산유국 사이에 세계 원유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OPEC은 2011년부터 하루 생산량을 3000만 배럴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은 이를 지키지 않고 생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 때문에 기존 쿼터만 철저히 지켜도 하루 30만 배럴의 감산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원유 생산량 조절로 유가를 움직여온 OPEC이 유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감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바로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셰일원유 개발로 사우디를 앞서는 산유국으로 떠오르면서 한때 국제경제를 쥐락펴락했던 OPEC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날 OPEC의 감산 합의 불발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4.4%, 서부 텍사스유(WTI) 가격은 3.9% 하락했다. 감산 여부를 논의하게 될 다음번 OPEC 정례회의는 내년 6월 5일에 열린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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