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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재개발 기반시설 재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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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강북 등 구 도심을 재개발하는 데 필요한 돈 마련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는 기반시설 설치 비용의 50%를 국고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뉴타운특별법안은 도로나 공원.학교.복지시설 등 기반시설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50%씩 분담하고 과밀 부담금과 일반회계 전입금 등으로 '뉴타운특별회계'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특정 지역 사업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과 경기 성남.부천시 등의 구 도심권을 개발해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들 지역 사업에 정부 돈을 넣는 것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추 장관은 "서울시는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기 전에 구청 손에 들어가는 재산세를 직접 걷어 강북 개발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부터 찾아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 심각한 자치구 간 세수 불균형=서울 강북 출신 국회의원들은 재산세를 시세(市稅)로 바꾸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임채정(서울 노원병) 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 '서울 균형 발전을 위한 연구모임' 소속 여당 의원 20여 명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세수 규모의 지역 간 편차가 작은 담배소비세와 자동차세.주행세를 구세(區稅)로 주고, 편차가 큰 재산세를 시세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1968년에 시작한 강남의 영동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각종 국세와 지방세를 면제해 주었으니 이제는 반대로 강남이 강북 재개발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자치부는 자치구 간 세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갈래로 세목 교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자부에 따르면 강남권 3개 구(강남.서초.송파구)의 올해 재산세는 3553억원으로 강북 전체 14개 구를 합친 3539억원보다 많다. 서울 동북부 지역의 강북.도봉.노원구는 총 566억원으로 서울시 전체의 6.1%, 강남권 3개 구의 16%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는 재산세 실효세율을 앞으로 계속 올릴 계획이어서 자치구 간 재산세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건교부는 이와 별도로 구 도심 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해 주거나 내년부터 걷을 기반시설 부담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영 건교부 토지국장은 "각종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에서 기반시설 부담금을 걷어 중앙정부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나눠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강북 공영개발의 사업 주체로서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거나 부동산펀드를 결성하면 풍부한 민간 자본을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부자 자치구의 반발이 변수=지방세의 세목 교환은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성백열 강남구의회 부의장은 "자기 지역에서 나온 재산세를 자기 지역에 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강남권은 물론 강북권의 용산.중구도 세목 교환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반시설 부담금 역시 강남권의 거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땅값이 비싼 곳은 기반시설 부담금이 많이 부과되지만 강남권은 이미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혜택은 오히려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자부 관계자는 "강남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중앙 정부가 강남 주변에 도로 등 기반시설을 계속 확충해 줬기 때문"이라며 "강남권은 그동안 강북에 비해 정부 혜택을 많이 받은 만큼 재산세의 일부가 강북 주민들을 위해 쓰이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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