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주말을] 옥수수 자루로 등 긁어 봤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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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90년대에 유행했던 「짱뚱이」의 동화작가 오진희씨.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열림원, 242쪽, 9500원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어내려가다 '버릴 게 하나 없는 보석, 옥수수'란 소제목에서 턱 걸렸다. 먹고 남은 옥수수 자루를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해야 하는지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야하는지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는데, 모조리 먹을 수 있단 뜻인가? 두어 쪽 넘기니 이유가 나온다. 옥수수 자루는 말려서 긴 막대에 꽂아 등긁개로 쓰고, 잎과 줄기는 소먹이로 쓰거나 아이들 놀잇감으로도 훌륭하단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종종 뒤통수를 친다. 시골에 지천인 그 많은 풀을 먹거리로 가공하는 과정은 우리네 삶이자 문화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도시인이 선호하는 예쁜 야채를 만들기 위해 숨도 못 쉴 만큼 농약을 뿌리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짱뚱이' 시리즈의 동화 작가 오진희씨와 환경만화가 신영식씨 부부는 그 속에 들어가 흙집 짓고 살며 작은 반란을 꿈꾼다. '똥구녁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책의 부제이다)의 밥상에 담긴 철학-자연에 감사하며 사람답게 먹는 삶-을 되찾는 것이다.

이들은 밥상에서 사라진 수많은 먹거리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준다. 웰빙 밥상의 진수가 담긴 책. 군침을 꿀꺽 삼킬 각오는 해야할 것같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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