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식의 현주소|본사조사결과 부문별분석<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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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류가정을 일률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우선 월평균 소득이 얼마쯤 돼야 중류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따져보자.
이 물음에 대해 △50만원대라는 응답자가 25·3%로 가장 많았고 △30만원대가 18·4% △40만원대가 17·5% △60만원대 12·4% △70만원대 6·8%의 순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득계층별로 따져본 우리나라 중류가정의 범위는 월소득 30만원에서 70만원대까지, 좀더 좁게 보면 30만∼50만원대로 보여진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33만8천원은 이 기준으로 본다면 중하류에 속하는 것이며 50만원 안팎을 중류의 기준으로 해서 70만원(6·8%)∼80만원대(5·3%)까지가 중상류로 세분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응답자 본인의 생활정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류라는 응답은 0·5%에 불과했고 중상류 7·4%, 중류 36%, 중하류 36·3%, 하류 19·7%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광의의 중류로 따져보면 응답자의 79·7%가 되는 셈이다.
수평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일본은 어떠한가. 최근 일본의 소득수준별 생활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류 0·7% △중상 7·2% △중중 54·8% △중상 27·0% △하류 6·9%등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비해 하류계층이 적고 중류계층이 두터움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중류층에서도 중중류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어 상대적으로 소득격차가 심하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그들이 생각하는 소득계층별 중류의 기준은 월평균 20만∼40만엔 사이로 나타났다. 원화로 환산하면 80만∼90만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중류계층의 2배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물가는 한국보다 2∼3배 비싸므로 일본이나 한국이나 중산층 소득은 실질구매력면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중류의 한계를 이같은 월평균 소득만으로 따질게 아니다. 재산의 소유상태나 생활여건 등도 함께 고려해야할 것이다.
예컨대 아무리 월평균 소득이 높아도 제집없이 전세살이하는 처지에서는 중산층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도시지역에 부쩍 늘고 있는 아파트단지에서는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해서 서민·중류·상류 등을 구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동산의 보유상태로도 중류의 범위를 대강 잡을 수 있다. 우선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소유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들이 흑백TV(75·7%), 냉장고(63·9%), 전화(58·3%)등으로 나타나 중류가정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진다.
한편 컬러TV를 가지고있다는 대답이 33%로 나타났는데 최소한 30만원 이상 하는 고가품인 동시에 신제품인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컬러TV의 소유여부가 중류에 끼느냐 못끼느냐의 상징적인 가늠자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한편 흑백TV는 월소득 10만원이하의 어려운 가계에서도 대부분 지니고 있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재미난 것은 소득계층에 따라 장만하는 가전제품이나 가재도구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10만∼20만원사이서는 흑백TV다음으로 냉장고를 장만하고 20만∼30만원대에서는 전화를 놓기 시작하고 30만∼40만원쯤 되면 카메라를 살 순서이고 40만∼50만원에 가서 세탁기로 빨래를 한다는 식이다.
또 50만∼60만원정도의 소득계층은 보통 집안에 목욕시설을 갖추고 사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이 정도까지가 중류가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피아노를 들여놓고 자가용을 굴리며 비디오를 즐기는 계층은 소수의 상류층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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