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명분 없는 총파업 계획 철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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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중단된 이후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11일 "퇴행적인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긴급조정권 발동에 항의해 이달 중에 대대적인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이날 업무 복귀에 앞서 민주노총과 함께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규탄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아시아나 파업이 정부의 직권개입으로 중단된 데 대해 노동계가 긴장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를 기화로 총파업을 벌여 사태를 확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다.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파업은 그 당위성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노조가 지원 파업에 나설 명분도 잃었다. 조종사 노조는 누구도 인정하기 어려운 요구조건을 내세워 극한적인 투쟁노선을 고수하다가 정부의 개입을 불렀다. 민주노총이 이런 전말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만을 문제삼아 또 다른 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도 의심스럽거니와, 설사 강행한다 해도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커녕 스스로의 입지를 좁힐 뿐이다.

노사문제에 매번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특히 긴급조정권의 발동이나 항공산업의 필수공익사업장 재지정 문제는 노동계가 반대할 명분과 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총파업이라는 강경투쟁으로 풀겠다는 것은 현명한 대처가 아니다. 마침 민주노총 측이 9일 결의했던 철도.지하철 등 운수노조의 연대파업을 유보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긴급조정권 발동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노사는 보름 정도 자율적인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노사는 정부의 직권조정을 기다릴 게 아니라 이 기간 내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노총도 노사.노정 간 대립을 부추길 게 아니라 노사 간의 원만한 타협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정부 개입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