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집안싸움」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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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바시르·게마옐」레바논 대통령 당선자의 죽음은 예상대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불과 10여일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전사들의 철수로 10주간에 걸친 포화가 겨우 멎어 안정을 되찾는듯 하던 서 베이루트에는 15일 이스라엘 병력이 또다시 진입을 개시함으로써 레바논전역에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렸다.
이스라엘측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고 레바논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진군했다』는 공식적인 이유뒤에는 레바논사태 진전여하에 따라 레바논 침공이후 구축해 놓은 이스라엘의 「이익」이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있다.
「게마옐」의 존재가 없어짐으로 해서 이스라엘은 평화조약의 협상파트너를 하루아침에 잃어 대 레바논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꾸며야할 입장이다.
「베긴」수상이 『절친한 친구』라고 지칭했던 「게마엘」은 국내 회교파와 일부기독교세력은 물론 주변 아랍국가들의 강경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 이스라엘 정책을 펴왔었다.
PLO를 몰아내고 적대세력들이 국경 40km밖에까지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지대를 설정하는데까지 성공한 이스라엘도 그러나 이번 사태로 「게마옐」의 팔랑헤당을 주축으로 한 친 이스라엘 정부수립이라는 마지막 득표달성을 목전에 두고 좌절을 맛본 것이다.
아랍권의 눈치를 살펴가며 조심스럽게 이스라엘의 안전벽을 쌓아가던 레바논정부는 「게마옐」이라는 연결선이 단절돼 혼돈속으로 다시 빠져들게 됐다.
팔랑헤당은 그들 나름대로 새로운 지도자를 옹립하려고 나설 것이고 레바논의 나머지 5대 세력들도 「놓칠 수 없는 기회」를 붙잡기 위해 서로 뛰어들 것이 분명하다.
레바논의 강자들은 대체로 △전수상「사에브·살람」(수니회교파) △하라카트아말(시아회교파·희망운동)파 지도자「나비흐·베리」 △국민자유파(기독교)의 「사아드·하다드」 △드루즈회교파의 「왈리드·줌블라트」 △전대통령「술레이먼·프란지에」(기독교)등을 들 수 있다.
60만 수니회교파를 이끄는 「살람」은 기독교세력이 레바논 중앙정부와 군을 지배하는데 종지부를 찍도록 애쓸것이고 1백만 시아회교세력지도자「베리」는 시리아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의 푸대접을 청산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레바논 최남단에서 이스라엘의 보호막구실을 해온 「하다드」는 PLO와 시아파를 적으로 삼아 레바논 북쪽지역으로의 세력확장을 꿈꾸고 있고 30만 드루즈회교파의 대표이자 사회주의자인「줌블라트」는 이스라엘에 가까와지려는 기독교정부를 전복시키는데 앞장선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자체세력안에서도 반대파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으며 레바논 전체로 볼 때는 40여개의 소수정치·종교·사병집단이 난립하고있어 레바논의 정치안정은 아랍과 이스라엘의 화해만큼이나 멀고도 어려운 길이 아닐 수 없다.
「게마옐」의 유고로 부각된 새 대통령 선출문제는 가장 먼저 다가올 세력다툼이 될 것이다.
레바논국민협약(1943년)은 권력분배원칙에 따라 기독교파에 대통령직을 주도록 돼있으나 팔랑헤나 국민자유 등 2개 우익기독교 정당들에서는 당장 적절한 후보를 내세우기가 힘들고 「사르키스」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설사 국민자유당이나 「프란지에」축의 비우호 기독교세력에서 대통령직을 차지하려해도 팔랑헤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회교세력은 그들대로 소수파를 규합하여 권력장악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어 대통령선출은 자칫 새로운 내전의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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