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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구」우승의 주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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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좋아하는 인코너볼 들어와 신나게 휘둘렀을 뿐-한대화 선수>
한국이 숙적 일본을 꺾고 우승하는데 최고 수훈선수는 단연 한대화(동국대 4년·22).
한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말 2-2 2사1·2루에서 천금같은 역전결승 드리런홈런을 터뜨려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것.
『풀카운트에서 배트를 짧게 잡고 어떻게든 안타를 치고 나가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인코너볼이 들어와 때린 것이 뜻밖의 홈런이었읍니다.』
한은 자신이 때린 타구가 결승타가 될 줄은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배팅감각이 좋아 밀고당기는 배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은 교타자답지 않게 파워까지 겸비하고있어 이날 경기에서는 줄곧 9번에서 5번타자로 승격되기도 했다.
한은 8일의 대자유중국전에서도 승리를 굳히는 솔로홈런을 날렸고 호주와의 경기에서 8회말 2타점 적시타를 날려 추격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등 줄곧 한국대표팀의 리딩히터로 빈약한 한국타선에서 유독 돋보인 타자로 부상했다.
특히 인코너에 강한 한은 올해 공식대회에서 4개의 홈런을 날리며 맹타를 자랑, 부동의 국가대표 3루수로 위치를 굳히기도.
한은 이번대회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한 31타수 12안타 타율 3할8푼7리를 마크, 타격10위를 차지하며 한국선수로서는 가장 뛰어난 타격을 보여 팀의 마스코트였다.
『아직 배팅에 보완해야 될 점이 많아요. 특히 변화구에 약한 것이 흠이고 수비자세도 불안해요.』
동국대에서는 유격수 겸 4번타자로 활약하고 있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김재박에 밀려 줄곧 3루수로 변신, 뛰고있다.
대전 신흥국교 5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 한밭중∼대전고를 거쳐 현재 동국대 체육학과 4년인 한은 졸업하면 OB베어즈로 입단할 예정이지만 아직 군대문제가 해결이 안되어 정확한 진로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키 1백76㎝, 몸무게 73㎏인 한은 강타자로서 순발력이 뛰어나고 발이 빨라 앞으로 대형타자로 성장할 유망주.
대전에서 목공소를 하는 한상준씨(58)의 2남4녀중 장남.

<세계대회 첫선보인 「비밀병기」가 「수훈갑」으로-선동렬 선수>
『일본에 꼭 이겨야겠다는 부담으로 초반에는 부진했읍니다. 어 감독이 너밖에 투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필승의 신념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읍니다.』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5안타로 선방, 한국승리의 결정적인 수훈을 세우고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선동렬(고려대 2년·20)은 경기가 끝나고 덕아웃에 돌아오자 울음을 터뜨린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첫 세계대회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읍니다. 재원이형의 리드와 재박이형의 철벽수비 등 선배들의 도움 덕입니다.』
이번 세계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 가장 주목을 끈 선동렬은 지난해부터 피칭이 일취월장,한국대표팀이 이번 대회에 비밀병기로 대비했었다.
선이 이번 대회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5일의 대미국전.
선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있던 미국과의 경기에서 삼진 l5개를 탈취하며 완투, 한국이 2-1로 역전승을 거두는데 견인차역을 훌륭히 해냄으로써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또 한국우승의 두번째 관문이었던 자유중국(8일)과의 경기에서도 삼진 8개를 탈취하여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선이 국제무대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7월 미국 오하이오주 뉴어크에서 벌어진 제1의 세계청소년야구대회.
미국과의 마지막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삼진 11개를 탈취, 한국이 3-1로 승리하는데 수훈을 세워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국제적선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선동렬의 주무기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시속 1백44km로 최동원을 능가하는 강속구를 구사하는 선의 볼은 웬만한 타자들이 손도 못 대볼 정도로 위력적이며 홈플레이트에서 변화무쌍한 슬라이더는 특히 승부구로 일품이다.
선은 이번 대회에서 4게임에 등판, 미국·자유중국·일본에 완투승을 거두어 이번 대회 최다승리투수의 영광을 함께 누리기도 했는데 1백7명의 타자를 맞아 삼진 30개를 탈취하고 17안타에 자책점 1점, 방어율 0·31이라는 놀라운 피칭을 보여주었다.
핀치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넘기는 두둑한 배짱의 선은 80년 광주일고시절 대통령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수훈을 세워 일약 스타가 되었다.
183㎝·80㎏의 당당한 체격. 전남 광주에서 여관업을 하는 선판규씨(59)의 장남.

<한국최고의 유격수… "2번 타자로 떨어져 분발"-김재박 선수>
8회말 천금의 동점스퀴즈를 내 야안타로까지 이끈 김재박은 천부적인 호타자이자 발군의 유격수.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유격수로서 아마생활을 청산하는 이번 세계대회에서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타격·수비·주력의 3박자를 고루 갖추고있어 늘 야구의 천재로까지 불려왔다.
77년 니카라과에서 열린 슈퍼월드컵대회에서 한국이 첫 세계정상을 차지할 때의 수훈선수. 최고타율상(4할2푼6리) 최다안타상(23개) 도루상(6개)을 휩쓸면서 3관왕으로 군림, 수훈갑이었다.
경복국 5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 서울 대광고에서는 2루수로 뛰었다. 이때는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선수였으나 당시 영남대 감독이던 배성서씨(현 한양대감독·대표팀 코치)가 스카우트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75, 76년에 영남대를 연거푸 춘계대학연맹전의 우승으로 이끌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77년 실업야구연맹전에서는 경이의 7관왕으로 군림해 한국야구의 간판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영남대 3년때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돼 각종 국제대회에서 그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별명은 여시(여우)로 야구에 못지않게 다채로운 취미를 갖고 있다. 당구가 7백이고 낚시·등산· 바둑 등은 물론 배구·농구·테니스 등에도 소질이 있어 수준급.
1m74㎝·70㎏으로 부인 정복희씨(29)와의 사이에 1녀(보영)를 두고있다.
물샐틈없는 수비는 물론 찬스에 강하고 타격에 기복이 없는 만능선수이기도 하다. 77년 영남대를 졸업, 한국화장품에 소속돼있으나 프로야구 MBC청룡에 입단하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적시타를 연결시키지 못해 결승전인 일본전에서 2번타자로 떨어져 『자극이 됐었다』고 웃음.
김재박은 줄곧 선두타자로 한국팀의 포문을 열어오는 역할을 해냈으나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8타수1안타의 빈공을 보이는 등 종반에 부진, 이날도 7회까지 무안타에서 허덕이다 8회말 l사3루에서 천금같은 스퀴즈를 시도, 내야안타로 처리되면서 동점을 만드는데 수훈을 세웠다.

<사인 잘못 본 김재박의 스퀴즈가 타점될 줄이야…-어우홍 감독>
『선수들이 잘해주었읍니다. 한대화의 높은 타구가 왼쪽 담장을 넘었을 때 꼭 꿈을 꾸고있는 기분이었읍니다.』
한국야구를 세계정상으로 끌어올린 사령탑 어우홍 감독(52)은 한국의 우승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어 감독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김재박·한대화·심재원·유두열등 타선을 대폭 교체, 마지막 결전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었다.
『호주와 연장경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읍니다. 경기직전에 타순을 새로 짜는 작전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읍니다. 특히 한대화를 5번으로 넣고 8회말 9번 대타로 김정수를 기용한 강공의 모험이 승리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와의 서전 등 중반까지 강공책을 펴 야구인들과 팬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해 고민을 많이 했다는 어 감독은 10일동안의 피로로 초췌한 모습이었다.
『8회말 1점을 뽑고 l사3루에서 2번 김재박이 사인을 잘못보고 스퀴즈한 것이 오히려 덕을 보게 되었읍니다. 일본이 그동안 한국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내 사인을 모조리 파악, 이날은 사인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꾸었는데 김재박이 잘못 본 것입니다.』
두둑한 배짱과 옹고집으로 명성(?)을 떨치고있는 어 감독이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 정석플레이를 펼쳐 한국사령탑으로서 첫 세계대회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어 감독은 타력이 약한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선동렬에게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면서 2회초 일본에 집중3안타를 얻어맞은 선동렬을 찾아가 『너밖에 없다.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고 실토하기도.
어 감독은 타력이 부진한데다 종반에 접어들면서 장신 오영일과 언더드로 박동수가 어깨가 고장이 나고 임호균마저 호주전에 투입, 계투각전에 고민이 컸다고.
대구의 서영무 감독(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부산에서 고교야구의 쌍벽을 이뤄오던 어 감독은 부산공과와 성대·한전 등에서 10여년간 선수생활을 거쳐 부산상·경남고 감독시절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부산야구협회 일을 보다 80년12월 한전야구팀 감독을 맡아 다시 일선에 돌아온 어 감독은 지난해 6월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한전에서 과장급대우를 받고있고 부인 송중자씨(46)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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