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3514》<제78화>YWCA 60년(7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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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모금 「바자」
서울YWCA 건물·연합회 회관·캠프장등 큰 건물들을 땅만 확보하고 완전히 백지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이같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하느님의 큰 뜻도 있었으며, 또 인간 스스로 치밀한 계획과 용기와 끈기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그 비밀을 공개해 보겠다.
첫째, 목적을 뚜렷이 하는 꿈을 갖는다. 청소년들의 심신단련을 위해 꼭 캠프장이 있어야겠다는 꿈을 설정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열심히 기도하는 것이 그 둘째다. 눈감고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그런 기회가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이다.
세째, 정확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목적·내용·방법등을 분명하게, 특히 그 건물이 세워짐으로써 누가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이며 그것은 이 사회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며 넓게 보
아서는 국가와 세계에까지도 이득이 됨을 지적한다.
네째, 이러한 목적에 찬동할만한 개인이나 단체에 세워놓은 계획에 대한 편지를 쓴다. 편지는 사무적이 아니라 호소력 있는, 그러면서도 사리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간곡한 것이어야 한다.
박「에스터」씨는 그런 호소력 있고 간곡한 편지를 찰 쓰기 때문에 그를 아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르는 사람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일도록 한다.
다섯째, 돈이나 물건을 받은 다음에는 액수가 적거나 많거나 상관하지 않고 꼭 감사편지를 써야한다.
『당신이 주신 돈은 저희들이 세울 집의 벽돌 몇장이 될 것이라고 보며 그것이 없었으면 건물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라든지, 『주신 얼마얼마의 큰돈은 몇몇평의 훌륭한 방이 될것입니다』 라든지, 1천원이면 벽돌 몇장 혹은 시멘트가 몇 부대 등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표시한다.
대개 요즘은 건물에 대한 모금을, 할때 시멘트 l부대 혹은 2부대 값을 단위로 표를 만들어 모금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여섯째로는 이렇게 관계를 맺게된 후원자들에게 감사편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머스나 신년에 카드를 보내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러면 다음에 또다시 기관이 후원을 필요로 할때 서투른 기분없이 요청을 할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돈으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건물에 필요한 물건, 건물 자재같은 것도 받아 두면 여러가지로 편리하다. 물건이 많이 모일 경우 바자를 하면 돈이 될 수 있다.
모금하는 방법으로 좋은 것이 바자를 하는 것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기관이 바자를 하지만 50년대에 바자를 시작한 것이 YWCA였다. 바자를 하기 시작한 것도 역시 박 「에스터」씨였다.
기억하기는 57년 서울Y건물을 위한 모금이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렸을때 각대사관으로부터 기증받은 케이크·과자등을 판것이 아마 첫번째 바자였다고 생각된다.
그후로는 한국연합회 국제친선부가 거의 매년 바자를 개최했다. 당시의 바자는 거의 입던 의복, 쓰던 물건, 케이크·쿠키등 음식들을 전부 기부받아 했기 때문에 매상액 전부가 수입이 되었다.
연합회 국제친선부가 또 한번 특이한 일을 한 일이 있다. 62년 크리스머스 1개월전에 크리스머스 장식품을 국제친선부 위원들이 만들어 바자를 한 일이다.
변두리에 있는 상점에서 사기로 된 등잔을 사다가 간단한 그림을 그려 아주 아담한 촛대를 만들기도 했고 싸리로 만든 한국고유의 조리·채반등에 리번을 장식해 현관이나 응접실벽에 걸수 있는 장식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물건들과 아울러 각국의 특이한 크리스머스나 정월의 음식을 기부받아 규모가 크지는 않았으나 아주 인삼에 남는 종류의 바자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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