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2시까지 공부해도 벅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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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동아공고 출신 하얼빈대 유학생들. 왼쪽부터 정재성.최해군.윤태연군.

지난해 중국의 명문 하얼빈(哈爾濱) 공과대학 국제무역과에 유학 간 대전 동아공고 출신 3명(정재성.최해국.윤태연)이 여름방학을 맞아 최근 모교를 방문, 후배들에게 자신들의 유학생활을 털어 놨다.

학생들은 "쉬운 과목이 없다. 밤 12시까지 공부해도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지난 학기에 수강한 과목은 수학.영어.마르크스주의학.전산기기 등 4가지로, 주 당 총 20시간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영어가 8시간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4시간씩이다. 중간.기말고사에서 과목 당 60점 이상을 얻어야 과락(科落)을 면할 수 있다.

이들이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는 과목은 수학. 공고 출신이어서 고교 때 '수학Ⅱ' 과목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하얼빈대 수학 수업은 매우 부담스럽다고 한다.

미분.적분은 기본이고 초월함수 등 고난도 수학 문제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들은 대학에 입학하기에 앞서 하얼빈대가 운영하는 중국어교육원에서 6개월간 중국어를 배웠다. 그러나 막상 강의를 접하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전문용어가 쉴 새 없이 등장해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최 군은 "처음 몇 달 간은 칠판에 휘갈겨 쓴 중국어를 알아보지 못해 애를 먹었다"며 "옆자리 중국인 친구의 노트를 베끼거나 친구가 대신 작성해 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들은 강의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기숙사에서 밤 12시까지 책을 볼 때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운동장에서 하루 30여분씩 운동하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책을 본다"고 소개했다. 윤 군은 "중국인 동료 학생들은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도 잡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항상 공부하는 자세는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졸업 후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국내에서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힘들어 유학을 선택했다"며 "하얼빈대 졸업생 취업률이 100%가까운 만큼 일자리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공고는 실업계고교 활성화 차원에서 이 대학과 유학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유학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HSK(한어수평고시) 6급을 취득할 수준의 중국어 실력을 갖추고 하얼빈대 면접시험을 거치면 유학할 수 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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