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CEO] 중국 둥팡시왕그룹 류융싱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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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만난 둥팡시왕(東方希望)그룹의 류융싱(劉永行.55)회장은 '중국 최고 부자'의 명성에 맞지 않게 수수한 차림이었다.

그의 차도 고급 승용차가 아니라 7인승 승합차였다. 지난 3월 26일, 직원들과 함께 차에서 내린 그는 상하이 래디슨 호텔로 들어섰다.

국내 닭고기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와 둥팡시왕 그룹의 합자회사 설립 조인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조인식에는 양사의 관계자들과 중국 내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BBQ와 시왕그룹은 공통점이 많다"며 "중국 실정에 맞는 형태의 프랜차이즈업을 정착시켜 2005년까지 1만개의 점포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날 상하이의 주요 언론에는 '류융싱이 맥도날드에 도전한다''류융싱 KFC와 경쟁하다'는 등의 기사가 대서 특필돼 중국 내에서 그의 지명도를 짐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劉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둥팡시왕의 기업 이념은.

"모든 소비자는 가격이 싸면서도 가치가 큰 물건을 사고 싶어한다. 우리의 기업이념은 소비자들의 이 같은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은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만족시킬 때 생기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민영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중국의 개혁개방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경쟁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사료를 개발한 회사다.

투자비를 절감함으로써 이전까지 사료를 판매하던 태국의 정다(正大)그룹보다 더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했고 쉽게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내 민영기업의 활동은 활발한가.

"민영기업이 갖고 있는 기업 경쟁력은 중국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추진력이다. 이전까지 민영기업은 유통업.생활용품 제조업.서비스업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철강.자동차.컴퓨터.통신에 이어 금융보험업까지 진출했다."

-많은 한국의 기업가들이 중국에서는 관시(關系)라고 불리는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사실인가.

"관시는 단기간에 일정한 편리와 기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효율적인 기업 문화와 앞선 경영방식과 선진기술 등에 있는 것이다. 시왕그룹은 쓰촨(四川)성 시골에서 창업했고 의지할 만한 관시도 없었다.

우리는 관리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고 관시에 의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우대 정책을 받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관시가 좋아진 것이다. 정부가 우리 기업을 믿고 우리의 운영방식과 발전 전망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실패한 한국 기업이 많다. 중국은 한국 기업의 무덤이라는 말도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한국인들이 중국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뛰어들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은 한국과 다르다. 중국의 소비 인구는 많지만 아직 소비 능력이 높지 못하다. 인건비가 싸기는 하지만 개개인의 능력 차이가 심하다. 또 중국은 지역이 넓고 경제발전의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각 지방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개혁.개방 정책 이후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 심화 등의 문제점도 커지고 있다. 현 중국 시장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정부의 간섭이 사라지지 않았다. 중국은 이제 겨우 중산층(小康)의 수준에 도달했고 발전이 가장 큰 과제다.

모든 문제는 발전에 유리한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유로운 시장 경제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중국에 존재하는 문제는 많지만 어떤 문제도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BBQ와 공동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중국엔 아직 배달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또'가맹점이 잘 돼야 본사도 잘 된다'는 BBQ의 경영이념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가맹자가 함께 돈을 번다는 이 사업 방식은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서 쉽게 뿌리내릴 수 있다고 본다. 중국 시장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연구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중국인과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두려워하거나 물러서지 않으면 국가든 개인이든 크게 발전할 수 있다. 또 목표를 단순한 이익으로만 생각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사회 가치와 생산력에 대한 창조에 의해서만 개인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둥팡시왕그룹의 사업 계획과 비전은.

"세계 알루미늄업의 최강자, 세계 사료업의 최강자, 세계 프랜차이즈업의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알루미늄 사업은 사료업에 이어 시왕그룹 제2의 사업이 될 것이다.

2002년부터 알루미늄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산둥(山東) 성에 연 생산량 30만t인 알루미늄 생산공장을 설립했고 네이멍구(內蒙古)에 대규모 알루미늄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네이멍구 알루미늄공장은 2007년에 완공되며 연 생산량이 1백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박혜민 기자

***류융싱 회장은…

劉회장은 검소한 생활로 유명하다. 항상 7인승 승합차로만 이동하고 유명 브랜드 옷은 입지 않는다.

이런 검소함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사회의 특성상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또 일부에서는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할 때 익힌 생활습관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고도 본다.

그가 지닌 삶의 철학은 '내가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사회를 위해 얼마나 큰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슬하에는 1남을 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아들 류샹위(劉相宇 .28)는 현재 둥팡시왕그룹의 이사다. 2002년 미국 포브스지는 중국 최대의 부자로 류융싱 회장을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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