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실무적 후속조치 기대한다 - 전대통령 정상외교의 성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두환 대통령은 17일간의 아프리카, 캐나다 순방으로 우리외교의 저변확대에 큰 성과를 거두고 귀국했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한바 있지만 전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관계에 분명히 하나의 새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전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하여 트뤼도 수상과 가진 정상회담에서는 이미 두터운 한국-캐나다 우호협력관계에 다시 한번 활기를 넣고 자극을 주며, 특히 우리가 제창한 태평양 정상회의 구상의 실현에 없어서는 안될 계기가 잡혔다고 평가할 수가 있겠다.
전대통령이 만난 케냐, 나이지리아, 세네갈, 가봉의 지도자들은 예외없이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정치무대에서 만만찮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런 지도자들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런 나라들이 한국과 협력의 폭을 크게 넓힌다는 것은 그 파급효과가 아프리카, 그리고 다른 제3세계의 나라들에까지 미칠 것을 충분히 기대할 수가 있다.
이번 순방의 외교적인 성과는 멀지않아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비동맹 정상회의에서 북괴견제라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우리는 기대한다.
그리고 경제협력분야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지역간에 사람과 상품, 기술의 왕래가 부쩍 늘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벌써 나라별로 각종 협력체의 구성이 논의되고 있고 서로가 주고받을 품목들이 구체적으로 작성되고있는 것은 수뇌들이 조성한 협력무드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우리와 그들의 단단한 각오를 나타내는 것이다.
더우기 전대통령은 한국-아프리카 협력에 「개발전선」이라는 설득력 있는 심벌리즘을 그 바탕으로 제공하여 장기적이고 비전있고 상호보완적인 협력의 길을 트고있는 것이다.
구미선진국들과 아프리카국가들과의 지금까지의 경제관계가 결정적으로 후자에게 불리한 신식민주의적 방식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발전이 늦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못사는 나라들끼리 우선 협력을 강화하여 힘을 조직화하자는 「개발전선」의 구상은 어쩌면 제3세계에 주어진 80년대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의 친구들과 우리는 제국주의적 착취의 대상으로 가슴 아픈 과거를 함께 체험했다.
이제 그런 과거의 공유는 우리에게 자산이 되고있다.
이런 잠재적인 한국-아프리카 협력의 가능성을 현실적인 것으로 개발하는 일에 착수한 것, 이것이 전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의 지속적인 의의라고 하겠다.
캐나다와의 관계강화는 우리의 지나친 대미의존을 해소시키는 계기로 삼고싶다. 한국과 캐나다관계에는 정치적인 「꼬리표」가 붙을 일이 없다. 따라서 두 나라 관계는 순수한 상호이익의 베이스에서 추진될 수가 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는 해마다 2백60만t의 밀을 미국에서 사온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나라의 밀이 조건이 좋아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미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있다.
만약 전대통령의 캐나다 방문결과 크게 확대될 경제협력과 통상의 일환으로 우리가 캐나다산 밀을 사들이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만 해도 여간 큰 게 아니다.
캐나다는 태평양 정상회의란 구상에도 원칙적인 동조의 뜻을 밝혔다. 중공까지 포함한 태평양연안국가들과 전통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캐나다가 이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전-트뤼도 회담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의 하나도 여기 있는 것이다.
전대통령의 정상외교나들이에 불안과 초조를 느낀 쪽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일 것이다. 북한은 한국이 미국의 후견하에 건국하고, 미국주둔하의 유엔군의 참전으로 북한의 침략을 막아내고, 전후 안전보장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제3세계권에서 정치적으로 악용해왔다.
그리하여 북한은 왜곡된 한국상을 퍼뜨리면서 아프리카국가들의 한때의 반미감점을 이용하여 한국을 고립시키고 아프리카에서 외교적 우위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고지」는 무너지고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인식, 우리의 통일정책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했다.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갑자기 넓어졌다. 세계가 넓어진만큼 우리의 노력의 배가가 요구된다. 우리가 성실하게 전대통령의 순방외교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후속조치들에 보다 성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