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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끈 종교인 과세, 내년엔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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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6년 동안 끌어온 ‘종교인 과세’ 논쟁이 국회에서 달아오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4일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각 종교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새누리당과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 과세 법제화 방안을 설명하고 종교계의 이해를 구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와 불교계 대표는 수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일부 개신교 대표들은 “종교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선 “종교 전쟁을 하자는 거냐” “여론의 심판을 받을 것” 등의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간담회 직후 “정부가 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 의원과 동명이인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강석훈 홍보실장, 황광민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황수원 회장, 박종언 사회인권위원장 등 기독교 대표 4명과 조계종 총무원 남전 기획국장, 유한영 신부 등이 참석했다.

 종교인 과세 논쟁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종교인들은 비과세 대상이 아닌데도 관례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들도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공론화한 이후 수차례 과세가 추진됐지만 기독교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94년 천주교가 가장 먼저 소득세를 납부키로 결정하면서 다른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확산됐다. 2006년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의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 관점에서 (종교인도)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칼을 빼들었다. 뒤이어 2013년 현 정부가 종교인 과세가 포함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동시에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종교계를 압박했다.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시켜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되 나머지 소득에 대해 주민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행은 내년부터다. 올 초에는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해 ‘원천징수’ 조항을 삭제하고 ‘자진신고·납부’로 한정하는 등 기존 안에서 후퇴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과세 대상 종교인은 1만5000명, 세수 증대 효과는 100억~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부와 달리 여당인 새누리당의 고민은 깊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공무원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까지 추진할 경우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야당도 종교계 반발을 의식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독교계의 불만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2016년 이후로 연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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