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회 복음주의 신학정립운동 활발|서울서 잇단 국제규모 신학자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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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진보교회들의 「사회참여」 선교를 비판, 대응키 위한 보수교회들의 복음주의 신학정립운동이 최근 활발히 전개되면서 국내외적인 대규모 조직화를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선교협의회,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등은 서울에서 잇달아 국제규모의 4개 신학자대회(16일∼9월5일)를 갖고 해방신학·공치신학·소망의 신학을 포함한 모든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보수 신학적 입장의 재해석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성경주의적 복음신학정립을 모색중이다.
온건 보수노선의 교회들을 주축으로 복음주의선교신학 확립을 이끌고있는 주역은 한철하 박사(아시아연합 신학대 학장), 조동찬(아시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박조준(서울 영변교회당 회장), 조용기(서울 순복음중앙교회당 회장), 김선총(서울 광림교회당 회장) 목사 등-. 우선 한국보수교회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20년 동안 용공·이단·마르크시즘 등의 용어를 동원, 사회문제화 된 사건을 중심으로 매카시즘적 비난까지 서슴지 않던 「진보」와 「보수」의 충돌을 지양하고 신학이론의 대응을 전개하겠다는 발전적 성숙의지로 보여 크게 주목된다.
더우기 한국교회가 주역이 되고있는 신 복음주의 운동은 아시아를 비롯한 남미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 기독교 선교의 「가늠자 역할」까지를 겨냥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기독교 3대 교회(순복음중앙·광림·영변교회)의 목회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도 전에 없는 표면적 시위효과를 갖는 특징이다.
비성경적 신학들이 제3세계 교회들을 삼킬 수는 없다는 급진 신학에의 강한 대응의지는 결론적으로 『기독교 선교는 전후 신생독립국의 무질서와 시행착오에 대해 부정적 비판이나 거부적 투쟁자세만을 취할 것이 아니라 예언자적 경고와 지도자적 계비, 목자적 위로 및 격려의 방법을 택해야 할 것임을 믿는다』(아시아선교협의회 채택 「아시아인의 공약」)고 표방했다.
신 복음주의가 이번 세계신학자대회들을 계기로 제창한 신학노선은 근본적으론 종래의 보수신학 테두리를 크게 벗어난 게 없지만 몇가지 괄목할만한 발전적 진취성을 보였다.
첫째는 복음을 사회·경제사적 측면에서 해석하는 해방신학 등의 사회참여를 절대 터부시해온 근본주의 신학 입장과는 달리 「사회구원」의 근원적 의미를 부정해 버리지 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방법론을 달리해 사회의 제도적, 구조적 개혁을 우선시 하는 자유주의신학 입장보다는 교회의 영적 부흥에 따른 개개인의 이생을 우선한 「개인구원」을 통해 사회구원을 성취하자는 것이다.
신 복음주의가 표방한 교회의 사회참여방법은 『교회는 정치·사회문제를 성경적 안목에서 비판할 뿐 그것을 정치적 행동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진보신학의 세속적이며 세계적인 에큐메니컬과 보수신학의 사교적인 권함주의의 양극단이 지니는 위험성을 배격하고 신생국의 부정적 종교정책에 대한 전문연구를 추진하겠다는 것.
그러나 신 복음주의 신학은 2차 대전 이후 민주시민의 상식으로 통해온 권력의 균형유지, 사회적 기회균등 보장, 여론의 자유 등을 통해 사회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혈임사회론」을 기존체제의 기만술이라고 비판하면서 하느님의 혁명적 행위에 동참하는 것만이 기독교 본질이라는 해방·혁명신학의 입장을 분명히 거부한다.
남미·아프리카·아시아국가들을 중심한 세계 40여개국 3백여명의 외국신학자와 국내 목회자 2백여명이 참석한 아시아선교협의회 제3차 대회, 교회갱신 아시아대회, 제6차 아시아 신학연맹신학자대회, 제3세계 신학자대회 등 일련의 복음주의 모임은 제3세계 선교공동체 구성을 다짐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국내 진보신학자들의 대회참석이 전무했고 대회를 보는 그들의 태도도 무관심한 편이었지만 보수교회들의 새로운 신학정립 의욕은 일단 한국기독교계의 발전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이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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