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동차보험 사업비 과다 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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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등의 명목으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자동차보험료에 포함시켜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건설교통부와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해 자동차 대인배상 책임보험료의 일부를 교통사고 피해자의 유자녀와 피부양가족 지원, 무보험과 뺑소니차 사고 피해자 지원 등 각종 보상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1999년 8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보상 사업비 징수율을 종전 자동차 보험료의 2.17%에서 4.4%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예를 들어 책임보험료 10만원을 내고 있는 가입자는 이 가운데 4400원을 정부 보상 사업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들은 보험료에서 연간 1300억~1500억원을 정부 보상사업비로 내고 있으며, 이 중 미사용 금액(잉여금)이 매년 400억~560억원에 이르고 있다. 올 3월 말 현재 정부가 걷은 보상 사업비 가운데 잉여금은 2179억원으로 2000년 말(298억원)의 7.3배로 급증했다. 이 추세대로면 2006년 3월 말에는 잉여금이 2977억원에 이를 것으로 손해보험업계는 추정했다.

사업비 징수 내역은 자동차 보험 약관이나 보험료 청구서에는 명시돼 있지 않아 운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상 사업비가 준조세 형식으로 징수되고 있어 자동차보험 가입자와 미가입자 사이에 형평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잉여금이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보험료에서 징수하는 사업비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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