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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암 수술 전 MRI 검사, 직장·항문 보존율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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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치료 후 MRI 검사로 병기를 예측하면 직장암 수술 부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직장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중 상당수는 남모를 고통을 안고 산다. 배꼽 옆에 인공항문을 내 배변 주머니를 평생 차고 살아가거나, 항문을 보존했더라도 직장 전체를 잘라낸 탓에 변이 찔끔찔끔 새기 일쑤다. 최근 방사선 치료 후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통해 암이 줄어든 상태를 예측함으로써 불필요한 수술을 예방하고 직장·항문 보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오승택·김준기 교수와 방사선종양학과 장홍석 교수, 성빈센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종훈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국립암센터·전남대병원과 함께 진행성 직장암 2~3기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치료 후 수술을 받기 전 MRI 검사를 실시했다. 진행성 직장암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군을 말한다. 간단히 용종을 떼어내면 끝나는 초기는 지났으면서 아직은 수술할 수 있는 말기 이전이다.

 연구팀은 MRI 검사 결과, 방사선 치료 후 종양 크기가 작아지거나 종양이 아예 없어져 0기·1기가 된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 26명을 따로 뽑았다. 이후 수술에서 실제로 암이 침범한 상태를 조사했더니 MRI에서 예측한 병기가 그대로 들어맞은 환자는 23명(88%)으로 나타났다.

 직장암이 발생하면 수술 전에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늦추고, 암세포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고농도 방사선 치료를 한다. 그간에는 방사선 치료 후 암의 크기가 얼마나 작아졌는지, 전이되지는 않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수술할 때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지는 외과의사의 재량 아래 판단했고, 항문을 보존하더라도 직장 전체를 잘라내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었다.

 MRI는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 효과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직장 내 암의 크기가 얼마나 줄었는지, 전이는 없는지를 판가름해 최대한 항문을 보존하고 직장 절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직장암 치료 후 환자의 만족도는 항문·직장 보존 여부에 달려 있다. 항문이 없어 인공항문을 만들고 배변 주머니를 평생 차고 다녀야 하는 환자는 생활이 위축돼 절반 이상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항문이 있어도 직장 전체를 잘라내면 괄약근 조절 능력이 떨어져 변이 잘 샌다.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감염 같은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진다.

 MRI 검사 결과, 종양이 항문에서 3㎝ 이상 떨어져 있고, 크기가 작으며, 전이되지 않았다면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넣어 종양만 제거하면 된다. 이 교수는 “현재 대다수 진행성 직장암 환자가 직장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다”며 “MRI로 방사선 치료 후 변화한 병기를 예측하면 환자의 수술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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