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서 담배 피우면 과태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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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시가 10월 개장하는 청계천 산책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보호와 시민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실내가 아닌 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속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데다 법규상 근거도 없어 지나친 규제라는 것이다.

청계천의 관리.운영을 맡게 될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현재 입안 중인 '청계천 이용관리 조례'에서 청계천 복원구간 산책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추진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김순직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쓰레기통을 두지 않는 청계천 산책로에서 흡연을 허용하면 꽁초를 아무 데나 버려 수질과 주변환경을 해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산책로가 좁아 담배를 피우면 다른 시민들이 직접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산책로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2만~3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시설을 대형 건물과 공연장.체육시설.학교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조례는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체육시설이 아닌 실외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단은 이에 따라 산책로를 체육시설로 분류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으나 '안 된다'는 유권 해석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계천 산책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해당 지역에서 금연 캠페인 정도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공단은 실외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달라고 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복지부의 반응 역시 부정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외 공간까지 여기저기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며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지금은 실내 금연부터 제대로 정착시킬 단계"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서울 동소문동 성신여대 앞 등 일부 거리가 '금연거리'로 지정돼 있으나 단속은 하지 않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정도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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