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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난 것 용납 못해 판결문|형량 선고에 멈칫놀라 피고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날 상오 9시30분 입정한 안문태 부장판사는 김현장·문부식·김은숙 피고인 순으로 호명, 법대앞에 세운뒤 요지설명에서부터 약 25분간에 걸쳐 천천히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증거론에 이르러 『피고인 전원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말하자 피고인들은 굳은 표정이었으며 형량참작에 이르러 안부장판사는 『피고인 대부분이 나이가 어린 학생신분으로 일말의 동정이 가나 피고인들의 행위 결과가 같은 어린학생들을 죽이고 다치게한데 대해서는 중죄에 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잠시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안부장판사는 다시 목소리를 높여 『1백년간 맺어온 혈맹인 미국과 우리나라를 외교적으로 곤란하게 만들었고 국가 사회질서 혼란이 목적이었다고 판단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북괴의 주장에 정면으로 영합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정에 앞서 법정 안에서 개정을 기다리고있던 피고인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며 태연한 표정을 지어 법원의 선고량을 전혀 의식치않는 듯 했다.
문부식피고인은 앞줄 맨왼쪽에 앉아 바로 옆에 앉은 박원식, 뒷줄의 이미옥등과 구치소안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주 웃었고 앞줄 중간에 앉아 있던 김은숙도 뒷줄의 피고인들을 자주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신부 천장 웅시>
상오 9시30분 재판장의 입정으로 개정이 선언되자 법정은 잠깐 술렁이다가 물을 끼얹은듯 가라앉았다.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김현장피고인은 법정바닥과 재판장석을 번갈아 응시했고 문부식·김은숙등은 낭독이 끝날때까지 줄곧 재판장석만올 응시, 판결내용을 전혀 무시하는 듯했다.
또 최기식피고인은 계속 천장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재판장이 『김현장· 문부식 사형』둥 형량을 선고하자 피고인들은 멈칫 놀랐으나 곧 침착성을 되찾았고 최기식피고인은 자신의 형량이 선고되자 얼굴이 상기됐다.

<방청석선 울음소리>
상오9시50분 재관장의 판결문 낭독이 끝나고퇴경이 선언되자 방청석곳곳에서는 을음이 터져 나왔다.
o판이 끝난후 재판장이 퇴정하자 김현장피고인의 가족들은 방청석 앞줄까지 나와 울음섞인 목소리로 『현장아』하고 부르자 김피고인은 흘깃 옆으로 쳐다보며 『김현장은 없습니다. 현장이는 이제 죽은 사람이니 부르지 마십시요』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 뒤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호송관들에 의해 밖으로 나갔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검사석에는 김두수 부산지검 공안부장검사등 6명의 관여검사가 나와 판결내용을 경청했다.

<기사송고에 애로>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부산에서 열렸기 때문에 판결문의 송고문제로 매스컴마다 진통올 겪었다.
지금까지 판결문이 게재될만큼 큰 사건은 모두 서울에서 열려 어려움이 없었으나 이번 방화사건의 경우 지방주재 기자가 없는데다 판결문이 1백10여 페이지나 되고 시간이 촉박해서 석간신문들이 애를 태웠다.
더구나 재판장인 안문태부장판사는 판결문 배포에 있어 법정에서 주문을 낭독한 직후 보도진에게 나눠주는 통상의 전례를 깨고 판결이유를 모두 설명하고 이를 나눠주는 바람에 보도진들은 마감시간에 대느라 전화쟁탈전을 벌이는등 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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