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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2m 넘는 폭설 … 플로리다까지 영하 7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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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동북부가 기록적인 11월 한파와 눈폭탄으로 신음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19일(현지시간) 10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제설작업과 인명 구조작업에 투입했다. 이날 나이아가라 폭포와 가까운 웨스트세네카 지역 주택가가 눈에 파묻혀 있다. [웨스트세네카 AP=뉴시스]

대학생 율리세스는 18일(현지시간) 뉴욕주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I-90 위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가 탄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폭설로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눈길을 뚫고 달려온 주 방위군에 의해 34시간 만에야 구조됐다. 나이아가라대학 여자 농구팀도 고속도로에 쌓인 눈 속에 만 하루 동안 갇혔다가 가까스로 구출됐다. 모두 미국 뉴욕주의 버팔로시 인근이 눈 속에 파묻히면서 벌어진 일이다.

 버팔로엔 18~19일 이틀에 걸쳐 2m가 넘는 눈이 내렸다. 1년 적설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인근의 치크토와가와 랭카스터, 가든빌에도 2m 가까운 눈이 쌓였다. 도시들이 마비됐고, 고속도로도 폐쇄됐다. 도로 위엔 차량 150여 대가 멈춰 섰다. 바이런 브라운 버팔로 시장은 “40년 만의 최대 폭설”이라며 “(눈이 너무 많아) 치운 눈을 버릴 곳이 없다”고 말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눈을 치우다 심장마비로 숨진 3명을 비롯해 최소 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40대 남성은 4m가 넘는 눈더미에 묻힌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10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제설작업과 인명 구조작업에 투입했다. 이번 폭설은 기상 관측 사상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쿠오모 주지사는 “대자연은 누가 권력자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며 “제발 집안에 머물러 달라”고 주문했다.

 폭설은 38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 때문이다. 미국 전역의 수은주가 이틀 연속 영하로 떨어졌다. 따뜻한 남쪽 지역인 플로리다 북부 텔러하시는 영하 7도까지 떨어졌고 하와이 산간 지역의 최저기온도 영하를 기록했다. 1976년 이후 가장 추운 날씨다.

 한겨울 날씨를 방불케 하는 한파의 진원지는 북극이다. 미 국립기상국 기상학자인 존 콕은 CBS에 “북극 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캐나다를 거쳐 미 중부와 동부 지역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오대호 위를 지나면서 수분을 흡수해 거대한 눈구름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호수 효과’다. 콕은 “지금 이리호와 온타리오호 위를 지나가는 공기는 호수 주변보다 4.4도씨 이상 더 낮다”면서 “이 같은 기온 차이가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눈구름 생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두 호수의 동쪽에 있는 뉴욕주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번 한파와 폭설은 21일을 고비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보됐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눈 대신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CNN 기상 전문가인 차드 마이어스는 “쌓인 눈은 단번에 녹지 않고, 비를 흡수해 훨씬 더 무거워질 것”이라며 “끔찍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물과 축대 붕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청나게 쌓인 눈이 녹으면서 인근 지역에 홍수가 날 가능성마저 있다.

 그나마 위안은 기습 한파가 기후변화 때문에 생긴 구조적인 이상기온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립기상국의 콕은 “이번 눈폭풍을 수십년, 수백년에 걸쳐 생기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북극에서 차가운 날씨를 밀고 내려온 제트기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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